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경제 추락’ 대책없는 정치 - 김태기
	2004-12-02
‘경제 추락’ 대책없는 정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입학했던 98학번 제자들이 군대를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한 제자가 입학 당시 경제가 어렵다고 하여 취업 문제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쏟았는데 졸업하려고 하니까 취업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이미 로또 복권 당첨되는 것만큼 어려워진 상태가 됐고 해가 갈수록 취업될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지금 젊은이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들이라고 해서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구조조정의 흉흉한 바람이 직장에 불어닥치고 있고 분위기는 오히려 IMF 때보다 더 살벌하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위로금까지 받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지금은 퇴직금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 돼 버렸다. 구조조정의 바람이 앞으로 얼마나 강하게 불어닥칠지조차 예상하기 어렵다. 빈부 격차가 IMF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통계자료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연구소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의 감소세는 지속되고 금년에 좋았던 수출까지 후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과 얼마 전에 내놓았던 경제전망치를 최근 들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이미 분기가 지날 때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 왔기 때문에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새해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나빠질 가능성이 짙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경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데 비해 국제 경제 환경은 불리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데 있다. 소수 대기업은 수출을 많이 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수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져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정부는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정치권은 경제 살리는 일과는 동떨어진 문제에 매달릴 가능성이 강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면 정부와 여당은 반개혁적이라고 아직도 반박하고 있고 경제는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국민이 살기가 얼마나 더 어려워져야만 경제를 살리는 데 신경을 쓰게 될지 모르는 상황처럼 보인다. 이미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이러한 안이한 자세를 보면 한국 경제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 2년 동안의 오류를 반성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올인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정부와 여당은 정치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에너지가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언론사 문제나 과거사 문제 등 정치 문제에만 온통 신경을 쏟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일자리 문제나 중소기업 문제 등 경제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또한,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며 국가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을 특색있게 발전시켜 수도권과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방안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규제를 강화해 대기업 스스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외국 자본으로부터 대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모순을 범해서는 안 된다. 경기부양정책도 변칙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도에 입각해야 한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한국형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부양정책을 급조하다 보니 국민들이 혼란을 느낀다. 경기 침체의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세금도 아닌 연기금을 수익성이 낮은 공공 편의시설 등을 만드는 데 투입하며, 연기금의 수익성 제고가 아니라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서민들의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그러한 정책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2.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