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카드사 公자금투입 안돼
	2003-12-04
부실카드사 公자금투입 안돼 1차 부도위기까지 갔던 LG카드가 은행권의 2조원 긴급 수혈로 우선 발등의 불은 껐지만 유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8개 카드 전업사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빚이 3조5000억원에 달하고, 내년 1·4분기에 만기 도래하는 은행채·카드채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사태는 금융권 전반으로 번져 나가 국가경제를 또 한번 구렁텅이로 몰고 갈 가능성마저 있다.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달하고 많은 가정이 카드빚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사회의 상징이던 신용카드가 부채와 부실의 상징으로 전락하여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현명하고 냉철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카드업계 위기의 책임은 우리 경제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즉 카드사와 정부, 그리고 소비자가 적극 공조하여 초래한 사태인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해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도 외면하고 길거리에서까지 카드를 남발한 카드사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활성화를 경기 부양의 비책으로 내세워서 현금 서비스 한도까지 폐지했던 정부 당국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카드의 남발을 규제하고 카드사의 무분별한 영업 행위를 감독했어야 할 금융당국이 본연의 업무는 외면하고 결과적으로 카드사의 부실을 부추기는 데 기여한 셈이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지자 “원리금의 70%를 탕감하겠다”고 나선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방침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몰고 갔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무작정 빚을 얻어 쓰고, 나아가서는 돌려막기로 사태를 모면하려 했던 소비자도 그 책임이 작지 않다. 우리 경제의 구성원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셈이다. 참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경제도 이런 후진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냉정하게 규명해 보아야 한다. 이 와중에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책임은 분명하게 가려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카드사 위기의 책임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공히 있지만,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카드사 몫이다. 이제 LG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국가경제에 끼친 누를 사죄하는 심정으로 결연한 의지를 갖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지주회사제도 도입으로 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 LG카드의 문제가 먼저 터져나왔을 뿐, 다른 카드사들도 경영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떠한 미봉책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원칙적인 해결책만이 가계부실이 카드사 부실로 이어지고, 나아가서 금융권 전체의 문제로 파급되어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카드사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비용 절감만으로는 위기를 피해나갈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은 자본 확충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외자가 됐든 내자가 됐든 자본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경영권 등의 문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의 불치병을 치료하는 데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원칙적 처방만이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응급조치를 해보고, 안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겠다는 안일한 대책으로는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2.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