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 시스템 재점검할 때
	2003-11-24
테러방지 시스템 재점검할 때 지난 2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한 테러가 심각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21일에는 국회 이라크조사단이 묵고 있던 바그다드 도심 호텔이 로켓포로 피격당해 한국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8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대한 테러가 예상되면서 대사가 인근 국가로 피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알 카에다는 일본이 이라크에 파병하면 도쿄 중심가에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알 카에다의 협박이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우리에게 아직도 강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대구지하철 참사의 기억은 이러한 테러 위협의 위험성을 무한대로 증폭시키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단 한 사람의 방화 행위로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가기간망의 하나인 지하철이 붕괴될 정도로 안전체제가 허술한 우리나라에 치밀한 조직력과 최첨단 기법을 갖춘 국제 테러조직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아찔한 공포심이 밀려온다.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논쟁과는 별도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만반의 자세와 준비를 갖추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기본적 조건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현행 테러방지 시스템의 재점검과 정비, 보완이다. 우리는 1982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대테러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테러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부처간 협의와 대책 마련을 해왔다. 국정원은 첩보를, 군은 경계태세를, 경찰은 대테러 특공대의 운영과 주요 시설 경비 및 수사를, 소방·재해대책본부는 만일의 사태 대비를 맡는 등 역할분담을 해왔고 주기적으로 합동훈련도 실시해 오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은 각 영역에서 준비와 역할이 최적화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장비 지원체제를 확립하고 기관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공고화하는 것이다. 국제적 협력의 강화도 중요하다. 국제 테러조직들은 오래 전부터 서로 연계·협력해 왔지만, 우리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테러대응체제의 상이점 등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해오지 못했다. 지난 월드컵 때에는 경찰이 대테러 주관기관인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중국, 공동개최국 일본과 달리 정보기관이 나선 우리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가적 테러 대응태세의 확립은 출입국 제한, 검문검색 강화, 중요시설 주변의 경계강화, 교통·통신활동 제한, 긴급한 강제조치 등 심각한 기본권 침해의 우려를 동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에 의해 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며, 절차의 합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의 심각성과 우리가 처한 위험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특별한 규제 입법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투명하고 공개된 행정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대테러위원회가 결정권을 갖고, 실제로 행동하는 조직과 인력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테러대응체제일 때 비로소 우리 국민은 ‘테러에 대비한 특별한 권한’을 위임해 줄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대비책과 아울러 다중이 이용하는 각종 건물과 시설의 관리자는 경찰 등 관련기관과 긴밀한 연락·협조체제를 갖추고 출입통제를 강화하며, 방화시설과 재난대피 체계 등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테러와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설마’ 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라는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1.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