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와 관련하여 허상만 농림부 장관에게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후 10년간의 농업구조조정정책과 향후 쌀 시장을 포함한 농업시장 개방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10월 14일 제출했다.
이 공개질의서는 구조조정에 반하는 이중곡가제에 따른 쌀값 상승 원인 및 개선방안, 직불제의 합법성과 재원 확보방안, 쌀 관세화 협상에 대한 정책방향, 개도국 지위 유지를 위한 정책 방안, 농업구조조정의 평가 및 향후 정책방안에 대한 질의를 담고 있다.
* 수신: 허상만 농림부 장관
안녕하십니까?
국정에 진력하시는 농림부 장관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중도주의적 시민단체로서 사회각층의 16만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논평, 성명, 정책토론회, 입법청원, CEO 조찬 포럼 개최, 월간지 및 Newsletter 발간, 대학생 아카데미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WTO 각료회의는 한국 농업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쌀 시장을 포함한 농업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대세론 속에 농민단체의 개방반대 시위, 고 이경해씨의 자살 등 농업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은 한국이 앞으로 농업 협상을 어떻게 이끌고 가야할지 고심하게 합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명료하고 투명하게 개방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10년이라는 유예기간동안 추곡수매가를 계속 인상하는 등 안일하게 농업의 구조조정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농림장관 자문기관인 양곡유통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2000년에 추곡수매가 동결을 건의했으나, 정부가 3%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가 4%로 추곡수매가를 정했습니다. 2001년엔 양곡유통위원회가 사상처음으로 4~5%인하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동결 안을 제출했으며, 국회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작년에는 이러한 2년간의 무시된 건의안에 자극받은 양곡유통위원회가 자포자기식으로 2%인상하거나 3%인하를 제안하였고, 정부는 인하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국회는 현행 수매가 동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웃지 못 할 희극 같은 무사안일과 정치적인 인기영합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농업구조조정은 방치되어 왔던 것입니다. 한·칠레 FTA협상과정에서 경험했듯이 농업구조조정없이는 한국이 21세기 동북아허브로 부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회의는 농림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농업 시장 개방정책과 구조조정에 관해 다음과 같이 공개 질의하니, 성의 있는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1.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었던 당시, 한국 쌀은 외국 쌀에 비해 4배정도 비싼 걸로 알려졌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6배로 그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구조조정을 위해 상당한 예산이 집행되었고 여러 정책들이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 현재의 이중곡가제가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농림부의 개선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무엇입니까?
3. 현재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직불제의 도입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 이러한 직불제가 WTO 규범과 상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울러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구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4. 2004년부터 개시될 쌀 관세화 재협상에 관한 농림부의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5. 일부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국은 농업 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지 솔직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협상 및 정책대응은 무엇입니까?
6. 현재까지의 구조조정 노력을 냉정하게 평가해 주시고, 어떤 성과와 문제점이 있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한국 농업 구조조정 정책의 큰 방향과 구체적인 대안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