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제대로 짜야
	2003-11-11
경제팀 제대로 짜야 대선자금 수사로 투자위축 우려 … 총선보다 경제운용에 중점을 그동안 극도로 침체되어 왔던 세계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는 올 들어 지난 3분기 동안 7.2%라는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유럽뿐만 아니라 태국 등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경기도 빨리 회복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0년 이상 정체만 보이던 일본경제마저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지난주 김진표 부총리와 박승 한은총재는 각각 우리 경제가 3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쳤다고 말했고,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이 5%대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은 “과연 그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다. 국내 정치권은 여야(與野)할 것 없이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서로 앞다퉈 상대방의 비리를 계속 들춰내고 있고,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러다 보면 제2, 제3의 SK글로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럴 경우 기업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국내 시설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현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경제를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약했다. 과거에 그나마 잘 작동되고 있던 ‘부총리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 수립 및 집행절차와 구조’를 보강하기는커녕, 와해시켜 버렸다. 그 대신 개혁정책을 수립하는 각종 태스크포스를 청와대에서 직접 관장함으로써 개혁과 정책집행을 갈라놓는 이중구조를 마련했다. 또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요직에도 기업친화적인 환경개선을 중시하고 기존 정부부처를 잘 장악하는 인사를 배치하는데 너무나 인색했다. 그 결과 현 정부는 지금까지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거시적 안목에서 균형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연초에 금년도 성장목표를 5% 이상으로 잡았던 정부가 이제는 3%만 되어도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다행히 수출이 잘 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내년 세계경제가 크게 회복된다 해도 우리 수출이 금년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들어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대비 18% 이상 증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이 고도성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년에 10% 전후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여러 면으로 경기과열의 징후를 보이고 있어 내년 경제운영을 매우 긴축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그간 지나친 임금상승과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해 우리의 대외경쟁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다른 나라 경제들처럼 조속히 회복하려면 노사, 금융, 재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법을 존중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확립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앞으로 선거철에 들어가면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정(勞政)갈등까지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이 이러할진대, 앞으로 연말까지 경제분야에서 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저절로 정리된다. 첫째 지금부터라도 내년 총선결과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경제운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사실 그렇게 하면 총선결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현재의 이중구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하고, 셋째 그러한 이중구조를 해소함과 동시에 경제팀을 개편해야 한다. 경제팀 개편에는 이번만큼은 이른바 ‘코드’를 중시할 것이 아니라 세계화 감각이 뛰어나고 정부 부처간 이견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인사를 우선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 건의를 수용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도 빨라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구태여 국민에 대해 재신임까지 묻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며, 재신임과 특검 문제 등으로 인해 악화된 정국도 상당부분 저절로 수습될 것이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11.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