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식 부동산정책
	2003-10-27
냉온탕식 부동산정책 여러 번의 투기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만들어 곧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의 일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는데 양도세를 중과하고 부동산대출 담보비율을 하향조정하며, 강남에 대해 차등적인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여 집값이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며 그 대책의 효과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기존 대책들이 먹혀들지 않은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하는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의 속성을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약발이 오래 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언급하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이 효과적인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는 토지공개념까지 다시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 나올 투기억제대책은 근본적인 것이 될 것이며 그 기조 또한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데 따른 시장 반응인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모두 그럴 수는 없지만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들은 부동산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효과가 크다는 반증인 셈이다. 기존의 부동산 정책이 지나치게 미시적이고 자세한 것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세세한 상황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24시간 내내 틈새시장을 찾아 돈벌이를 하려는 전문 투기꾼들의 행동을 사전에 모두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책이 세세할수록 빠져나갈 틈도 많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이 무엇인지는 자명한 듯하다. 정교한 국지적인 정책보다는 포괄적이며 일반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부동산 경기 변동과 무관한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수립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책 수립에 있어 정책에 대한 반발과 사회갈등의 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 칵테일 요법이 있는데, 이는 여러 종류의 치료약을 동시에 적용하여 보다 큰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한다.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칵테일 요법을 응용할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동산 정책이라도 이들을 어떻게 잘 결합하는가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서민들의 조세 부담은 현재 수준 이하로 유지하면서 다주택-고급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과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항구적인 조세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한가지 예가 된다.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이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있어 부동산 경기 변동이 개입할 공간은 없다. 정부에서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실현될 수 있는 정책목표를 충분히 담아 시장은 이를 신뢰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徐昇煥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0. 2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