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대세, 빠른 적응을
	2003-10-26
FTA는 대세, 빠른 적응을 지난 20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의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공식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일 양국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1998년부터 시작된 양국간 FTA 논의는 그동안 양국의 국책 연구기관간 공동 연구, 민간업계가 주축이 된 비즈니스포럼, 정부가 참여하는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를 거치면서 논의가 심화돼 왔다. 최근 산관학연구회가 양국간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 활동을 종료함에 따라 이제 정부간 협상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일 FTA는 통상 및 산업 협력뿐만 아니라 문화적·인적 교류 등의 분야에까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이 협정을 통하여 양국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일 FTA는 우리나라가 추진중인 동북아 경제중심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일 FTA 협상을 다각도로 착실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기업들도 한·일 FTA 추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수립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업계는 한·일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FTA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하고,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무엇보다 한·일 FTA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가 크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일 FTA를 일본과의 양자간 FTA로만 한정해서 보기보다는 중국 경제의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핵심으로 발전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자국 중심의 여러 FTA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관세면에서 불리한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FTA에 대한 국내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협상은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양국간 FTA를 통한 공동의 목표 설정을 위해 일본과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주요 교역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FTA 허브국으로의 발전 전략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의 소극적인 농업 개방 입장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칠레와의 FTA에서 어렵사리 다수 농업품목을 자유화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는데, 정작 우리 농업이 경쟁력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일본과의 FTA에서 농업을 제외할 경우,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농업 개방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싱가포르와의 FTA에서 농업을 제외시킨 일본은 멕시코와의 FTA에도 똑같은 입장을 관철하려 하고 있으나, 멕시코의 반발로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 한편, 다수 가공식품에서는 일본이 경쟁력을 구비하고 있어 자유화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농업과 가공식품의 자유화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수 중소기업 품목이 일본과의 FTA로 구조조정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의 FTA 협상이 본격화되면, 노조·NGO·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일본과의 FTA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로는 주로 일본의 높은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일본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대 한국 투자를 증대시키며, 기술 이전이 순조롭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특혜관세의 적용 기준을 정하는 원산지 규정도 논란 거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분야에 대한 논의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상 타결 목표 시한을 설정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여유를 가지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FTA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대세이고, 이러한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느냐가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칠레와 공식 서명한 FTA 협정을 발효시키지 않고는 다른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칠레와의 FTA 협정을 조기에 비준해야 한다. 또한, 일본과의 FTA 타결 이후 FTA 체결 대상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인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연구팀장) 출처 - 문화일보 2003. 10. 2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