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리더십 보여줄때
	2003-10-23
대통령의 리더십 보여줄때 이라크 파병문제가 사실상 파병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실제 파병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과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파병문제에 따른 주모면밀한 준비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무리 재신임 정국이라 하더라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이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해야 하는 청와대 내부에서 대통령 부재시 온갖 잡음과 파열음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은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정신적 여당이자 실질적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자 하는 통합신당 내부에서도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높고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야당인 한나라당도 어정쩡한 입장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도 찬반논의가 격렬하고 거리에서도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등 국론의 분열양상이 우려할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녕 이 나라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우선 정리되어야 할 문제는 우리가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국가원수로서 그리고 국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정부, 국회, 국민들 앞에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지지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문제를 비롯한 모든 국제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와 각 분야 최고의 참모들의 보좌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문제의 방향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국민들 앞에 소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합법적 조치이자 불안정한 이라크의 치안회복과 민주 이라크 재건에 기여할 수 있는 명분있는 일이다.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함으로써 50년 동맹의 성격을 한 단계 격상시킬 계기가 되는 동시에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안전보장을 위한 한미동맹의 결속을 더욱 굳건히 하는 일이다. 동북아를 넘어 중동지역에 파병함으로써 21세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중동지역의 잠재력 있는 이라크 재건을 지원함으로써 향후 우리 기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각종 인적, 물적 교류협력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파병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이 있으나, 총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대통령이 이제 전면에 나서 그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정치권과 국민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해 이성과 감성 모두에 호소할 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는 지금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 과도기의 불안정한 나라이다. 전투병이냐 아니냐, 침략군이냐 아니냐, 무고한 우리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느냐 마느냐 등의 다분히 피상적이고 이념적인 논란은 무의미하다. 파병의 목표와 역할, 파병 지역과 파병군의 구성, 경비 부담과 미국의 지원 여부,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과의 연계와 협력, 이라크 과도정부와 주민들의 성격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시급하다. 이제 우리 국가를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柳浩烈 (고려대 국제관계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10.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