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 실효성 의문
	2003-10-14
‘토지 공개념’ 실효성 의문 정부는 이달 말에 주택 가격의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며 만일 이 대책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토지 공개념의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는 방침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통해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토지 공개념은 1980년대 말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논의됐고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 초과 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구체화됐다. 또한, 이러한 제도들은 이후 위헌결정을 받고 폐지되거나 시행이 중지된 상태이다. 이렇게 폐지된 제도를 정부가 다시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의 안정이 시급함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동시에, 이달 말에 발표될 정부의 종합 대책에도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다소 성급한 느낌도 준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토지 공개념의 도입을 어떠한 형식과 제도로 도입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아마도 치솟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행정수도 건설 등 개발 소재 지역을 중심으로 한 토지 투기 현상도 우려할 만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현재의 부동산 시장의 주된 관심사는 계속 상승하는 주택 가격이기 때문이다. 만일 공개념을 도입한다면 과거의 관련 제도들이 그러했듯이 아마도 주택의 소유 및 거래에 대한 제한과 주택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개념이 도입된다면 이는 토지 공개념과는 다른 차원에서 상당히 광범위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즉, 주택의 경우 토지와는 달리 개별 가구별로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으며 관련 당사자의 규모도 토지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주택의 소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자. 그럴 경우 1가구당 몇 채의 주택까지 소유를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며, 이때의 가구 개념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또한,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을 규제하게 되면 결국 임대용 주택은 시장에서 공급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다주택 보유 문제도 해결이 간단치 않다. 이러한 개별 사정에 예외를 두다 보면 정책의 실효성이 적어지게 된다. 둘째로, 주택거래 허가제를 도입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거래를 허가할 것인지가 문제다. 즉, 가격이나 용도를 기준으로 허가한다고 했을 때, 높은 가격의 거래를 규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낮은 가격의 거래를 규제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용도를 따지자면 개인적인 여러 가지 사정이 개입되므로 판단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 기존의 토지거래 허가제에서 가격심사를 제외하고 용도 중심으로 허가를 해오고 있는 것을 보아도 가격 기준으로 거래허가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이를 제외하면 가격안정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주택 거래를 제한하게 되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주거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 셋째로, 주택 가격 상승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개념은 그럴 듯하나 실제 마땅한 제도적 집행 장치를 만들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가 아마도 이 개념에 적합한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보유 기간중에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과거의 토지초과 이득세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게 되므로 이 또한 집행이 간단치 않다. 이제까지 정부의 대책은 정책의 영향을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주간 단위로 집계되는 주택 가격에 너무 민감하게 장단기 대책을 계속 쏟아냈다. 그 결과, 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다는 것이 한계이다. 예컨대, 각종 대책들은 나름대로의 시장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는 매물을 거두어들이게 하고 일부는 주택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가짐으로써 주택 가격의 상승 국면을 오히려 부추기는 측면도 많았다. 또한, 주택가격의 상승은 주택시장의 내부요인보다는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과 교육문제와 같은 주택시장 외적인 요인이 많이 작동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개념을 논하기 전에 이달 말에 발표될 정부의 종합대책에 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담아서 실효성이 없는 공개념에 관한 논의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0.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