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푼다고 청년실업 풀리나
	2003-09-23
돈 푼다고 청년실업 풀리나 중소기업 구인난은 여전 … '취업대피소' 만들어 도와야 최근의 청년실업 문제는 경기침체 및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한 기업의 반응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외환위기 때의 구조조정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일자리를 대폭 감소시켰고,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성장률 감소는 일자리를 더욱 줄이고 있다. 여기에 강성노조의 정년보장 요구는 산업현장의 인력 흐름을 막아 기업의 신규채용을 막고 있다. 지금의 노조파워로 고용안정을 누리는 기성 근로자들 역시 자식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이 그나마 뽑고 있는 인력은 경력자 위주이기 때문에 학교를 막 졸업한 청년들에게는 노동시장 진입기회 자체가 막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뽑아서 걸러서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소수 정예만 뽑아야 하는데 학교교육은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여기에 청년 구직자들의 비현실적인 태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실직 청년의 반 이상이 중소기업에는 취업할 의향이 없다니 정말 배가 더 고파봐야 되겠구나 생각된다. 그러나 어찌 이들만 탓할 수 있는가. 대학 졸업하면 넥타이 매고 근사한 회사에 다니는 것을 꿈꾸는 ‘대기업병’에 걸린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은 급증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그 배경이 복잡하기 때문에 그 해법을 찾기도 결코 쉽지 않다. 청년실업이라는 방정식은 학교, 기업 그리고 정부가 동시에 개입해야 풀릴 것이다. 실업계나 직업학교가 아닌 일반대학은 기초학문 교육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교육의 수혜자가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학부제 시행은 학생들의 소속감 부족을 초래해 혼자 고민하게 만들었고, 학생 취업센터의 역할은 구인자와 구직자를 단지 연결해주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변했으므로 대학도 졸업생의 성공적 사회진입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요하므로 아무리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하더라도 경쟁력을 손상시킬 정도의 무리한 요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발상전환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일 신규졸업자가 중소기업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경우 대기업이 우선 채용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이는 경력자 위주 채용방식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결국 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는 정부의 정책과 해결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5400억이 넘는 예산으로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예산을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지난 정권 때도 구조조정으로 쏟아져나온 실업자 대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교훈 삼아 정부는 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업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들만을 위한 별도의 대피소를 만들고, 소위 ‘취업 멘토르(Mentor)’로 하여금 이들을 상담하여 궁극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때 기업들이 수재민 성금을 내듯 일정 수의 일자리를 기부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분명 지난 정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는 지금의 정부다. 유능한 정부는 사회의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확하고 이에 대한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한다. 현 정부가 노동자를 중시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성 노동자의 복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잠재 노동자인 청년실업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9.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