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회담이후 과제
	2003-09-02
6者회담이후 과제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은 북한대표의 “핵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핵실험 실시도 고려하고 있다”는 공갈로 시작해 “모든 면에서 백해무익한 회담이었다”는 극언으로 끝났다. 북대표의 발언이 암시하듯, 이번 회담은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고 공동발표문도 없이 이른바 ‘주최국 요약’만 내놓고 끝났다. 중국측이 다른 참가국들의 견해를 취합하여 내놓은 이 요약문은 앞으로 회담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한반도 비핵화 원칙 준수, 그리고 북한의 안보 우려사항 이해와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방지하자는 다짐 등을 담고 있으나 구체적인 약속은 없었다. 한마디로 모두 북핵 해법에 대해 원론적인 희망사항만 피력했을 뿐 각론은 서로 의견을 달리했다. 물론 첫번째 만남이니만큼 만남 그 자체에 의미가 있고 미-북 양측이 비공식적인 접촉을 가졌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서로 ‘선 핵포기’와 ‘선 적대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데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중국은 이를 ‘동시, 단계별 방식’으로 합의가 가능하다고 요약했지만 이는 이론적 가능성일 뿐 현실성은 없다. 북측의 제안이 사실상 미국의 중유제공-불가침조약 체결-외교관계 수립 및 경수로 완공 등 선제적 조치를 전제로 하고 북한의 핵포기 선언-사찰 허용-미사일 해결 및 핵시설 해체 수순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북한측 요구의 핵심은 불가침 조약에 있다. 북 지도부는 애초부터 핵카드를 들고 나온 목적이 대미 단독 불가침조약 체결로 북체제 안전과 김정일 정권 안전을 보장받는 데 있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천명해 왔다.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안보동맹 해체를 수반하는 이 불가침조약이 담보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 지도부는 그들 표현대로 “미제가 조선반도에서 나가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대북 적대정책 종식으로 간주하고 이를 위한 명분으로 대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은 지금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박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예시한 북한대표의 언행은 그들이 여전히 벼랑끝 전술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와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약속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제네바합의문 등 국제사회와의 협약도 모두 파기하고 작금 전쟁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측은 분명히 북한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이 더 큰소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회담이 거듭될수록 더 심화될지 모른다. 시간을 끌수록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은 커지는 데 비해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당근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행여나 한국정부가 ‘중재’의 역할을 자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북핵위협의 최대 피해자요 당사자이므로 결코 제3자적인 중립적 태도를 취할 수 없으며 반드시 확고한 한미공조 틀 내에서 나름의 해법을 개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모든 것은 미국이 하기 나름이 아닌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미흡하지만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 것도 바로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회담은 지속되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위협’을 가해서라도 북핵 공갈의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역사는 적절한 힘의 외교가 현실적으로 최선의 협상책임을 말해주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출처 - 세계일보 2003. 9.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