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예산안의 허점
	2003-09-02
참여정부 첫 예산안의 허점 성장과 무관한 국방비증액 … 공적자금 상환 약속 지켜야 참여정부가 출범한 첫 해인 2004년도의 예산안에 대한 편성방향이 지난 주 발표됐다. 이 예산편성의 특징은 내년도의 어려운 나라살림을 감안하여 긴축 균형예산 원칙을 지키면서 자주국방과 서민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국방비와 사회복지비를 우선적으로 늘리고, 가능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위한 예산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적자금의 내년도 상환분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편성 방향을 대한 첫 느낌은 총론은 바람직한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앞으로 9월 하순 최종 예산편성 확정 때까지 재고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우선 장기적 경기침체와 내년도 총선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팽창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살리지 않겠다는 원칙은 높이 살 만하다. 올해 경제침체와 내년도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세수사정이 좋지 않다. 또한 막대한 국가부채와 공적자금의 상환을 고려할 때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가 신중한 예산편성을 고려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편성과 관련, 정부가 앞으로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시각이 있다. 내년도 경상성장률 8%, 실질성장률 5.5%도 그렇지만 새 정부 임기 동안 계속 경상성장률을 7%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 새 정부의 국정능력으로 보아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있다. 만약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관례처럼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할 경우 긴축균형예산 편성 약속은 허구가 되고 말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예산의 항목간 배분이다. 어느 때보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은 그와 무관한 국방비와 사회복지, 국가균형발전 분야에 더 많은 증액을 허용할 전망이다. 하필 이 시점에 국방비를 과도하게 증액해야 할 빌미를 제공한 새 정권의 용단(?)은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여러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초래되었음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사회복지와 국가균형발전도 필요하지만 지난 DJ정부 하에서 그 부문의 빠른 증가율과 성장 잠재력을 위한 예산 증가율의 시급성을 비교하여 우선순위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조직과 인원을 오히려 늘리며 작은 정부를 포기한 새 정부가 도대체 어디서 동북아 경제 중심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 부분에 재원을 배정하기 위해 내년도에 예정된 2조원의 공적자금상환을 연기한 것도 무책임한 것이다. 지난 DJ정부가 경제성장 업적을 자랑하며 현 정부에 떠넘긴 공적자금상환 부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 때 공적자금 상환계획을 내놓으면서 걱정말라고 큰소리 치던 것이 엊그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공적자금을 포함한 막대한 국가 빚의 상환 부담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 관대한 사회복지, 국가균형발전과 같이 돈 쓸 곳은 많이 만들면서 경제성장과 같이 재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우를 범해서 안 된다.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국가예산을 추가적으로 배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바라건대 정부는 세입을 늘리려는 노력을 극대화해야 하고 늘어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자를 위해선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세수를 늘리고 언론공기업을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를 지속해서 세외 수입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후자를 위해선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국정목표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신중히 결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배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공적자금 상환 약속은 지켜야 하고 균형예산 편성 원칙 또한 가능하면 지키길 바란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9.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