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者회담과 한반도평화
	2003-08-26
6者회담과 한반도평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개최된다. 지난해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시인한 이래 약 10개월간 지루한 공방 끝에 드디어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사이 베이징에서 3자회담이 개최되긴 했으나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사태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그같은 위기 상황에서 관련국들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6개국 모두가 참여하는 회담이 성립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입장과 전략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표출됐으며, 첫번째 회담에서 각국은 그들의 공식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북한의 경우 다자회담임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미국과의 양자회담 분위기로 몰아가기 위한 강압전술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강압전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만 비공개로 시인했던 핵개발 계획의 실체를 공개하는 동시에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모험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세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미국에 대해 이러한 사실을 과시하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관련국들의 반응을 타진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회담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북한의 협상전략과 전술에 대해 미국은 모든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하나의 안건이 타결되면 즉시 새로운 안건을 제시하고, 집행과정에서 또다시 새로운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끊임없이 조성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북핵문제가 새롭게 제기된 이후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협상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북핵문제를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자회담에서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다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서두르지 않고 보다 완벽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회담의 두 주역인 미국과 북한의 입장과 전략으로 볼 때 6자회담은 각국의 참여배경과 전략은 상이하지만 회담이 복잡하고 난해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전쟁 이후 3개월이 경과했으나 아직도 혼미를 계속하고 있는 이라크사태나 중동문제의 새로운 부상으로 부시 행정부가 마냥 느긋하게 북핵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으며, 경제난 지속과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상태에서 북한 지도부도 핵개발 협상 카드가 거의 소진됐다는 측면에서 회담이 예상외로 급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과 막대한 실리가 걸려있는 회담이란점에서자국의승리를위한회담초기의치열한공방은피할수없을것이다. 6자회담에 임하는 우리의 목표와 입장은 분명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의 모든 핵개발 계획이 폐기돼야 하며 이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항구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천명한 바 있으나 차제에 이를 보다 명확히 하고 그 실천 의지의 단호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柳浩烈 (고려대 북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8.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