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韓ㆍ日 격차 줄인다
	2003-08-15
FTA가 韓ㆍ日 격차 줄인다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8월이다. 해방둥이가 회갑을 내다볼 무렵이 되었지만 일제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현안이다. 국내에선 강제 징병ㆍ징용의 대가를 거 론하고, 일본에선 한국인 피폭자 지원책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84년 9월의 전 두환 전 대통령 방문 이래 양국 지도자들이 `한ㆍ일 신시대` 도래를 거론했지 만 현안들은 미결인 채 남아 있다. 지금 한국에선 강성 노조가 득세하고 실질임금이 높아진 데다 주5일제가 확대 되면서 국외로 탈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각에선 70년대 이후 30여 년 간 축소해 왔던 대일 경제력 격차가 수년 내 다 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만달러 소득 달성이 요원한 목표로 끝나는 이 시나리오는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떠밀리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1인당 구매력평가(PPP)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미국에 근접하 려면 이공계와 기술자를 우대하고 제조업을 다시 보고 FTA 체결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일본인의 6할, 7할 수준의 삶을 누 리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눈높이가 비슷해지자 선입관과 편견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각계에서 나와 교류의 물꼬를 텄다. 덕분에 신주쿠에서 한국 을, 압구정동에서 일본을 즐길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최근 일본 경제가 소생 조짐을 보이는 반면 우리 경제는 쇠퇴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유력 기업들은 지난해 일부가 적자를 냈지만 소니, 닛산, 산요, 히타치 등 다수가 2000년 이후 본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지급이자 부담과 주식평가손 등 금융특별손실 때문에 본업 에서 낸 이익이 줄거나 상쇄되는 기업이 많지만 이 같은 현상이 기업외적 요인 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할 때 일본 기업들이 기초체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소수의 우수 기업을 제외한 다수의 대기업에서 본업의 흑자가 줄어들거나 적자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인가. 일본에서는 매년 국내외 우수 기술인력이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공 급되는데 우리의 경우 기술인력이 재학중이나 졸업 후 `장수(長修)생`으로 바 뀌어 의사, 법조인, 교사, 공무원을 지향하고 있다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이 상황에서 부각되고 있는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잘 이용하면 우 리 경제사회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더없는 호기일 수 있다. FTA는 역내국이 그간의 보호주의 정책에서 한 발씩 물러서면 머잖아 역외국으 로 두 발, 세 발씩 내디딜 수 있다는 전략적 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98년 논의를 시작한 후 공동 연구, 비즈니스 포럼, 산ㆍ관ㆍ학 공동연 구회, 정부간 협상 개시 합의 순으로 심화해 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도는 불투명하다. 무역수지 적자가 커질 것을 걱정하는 우리가 소극적이고, 일본이 일부 시장 개방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장자유화 수준을 넘어 포괄적 경제통합체 지향에 근접하는 프로그 램들을 논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강한 분야인 정보기술(IT)이나 서비스 노동력과 농업의 개방은 일본측이 거론조차 못하게 하고 우리는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했다. 이 같은 상태에선 협정이 체결돼도 우리측에 유리한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 위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일본측의 양보를 얻어내야 셈이 가능해진다. 한편이 어 려워 고꾸라지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시간 벌기 게임중이다. 그렇더라 도 확실한 FTA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첫째, 협정 체결 이전ㆍ이후를 대비한 종합 FTA 전략을 세워 몰라서 소탐대실( 小貪大失)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실수가 무서워 탁자에 앉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자. 둘째, 체결 후 예상되는 무역역조 확대나 기업 도산을 일본 기업의 국내 진출 촉진 등 투자 증대로 유도해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경제특 구 등을 활용해 경직된 노동시장이 족쇄가 되지 않도록 투자여건도 개선하자 셋째, IT나 장기요양 건설 요식서비스 분야의 노동시장 개방을 공식 의제로 올 려 무비자 협정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다루자. 끝으로 양국 연구자와 당국은 장래 동아시아 FTA 구축의 불가피성을 설파하고 한ㆍ일 FTA가 그 전 단계로서의 효과적 절차이자 플러스섬 게임임을 입증하고 홍보하자. 배준호 (한신대 국제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3. 8. 15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