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매듭짓자
	2003-08-11
주5일제 매듭짓자 노동시간 단축을 의미하는 주5일근무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부터 논의돼 왔고, 최근까지도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정책과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논의와 협상이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간의 입장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고 합의나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 이렇게 노사간의 이해관계가 강력한 대치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노동현장은 자율적으로 변화를 시작했고, 국민들도 주5일근무제는 대세라는 인식을 점차 가지게 되었다. 2002년 7월 노사정위원회에서의 협상 결렬,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상정, 국회에서의 지지부진한 협상전개 등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금융권과 대기업 등은 단체협상을 통해 연월차 휴가를 대체하여 토요휴무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사업장들이 관련법안이 확정되면 그 기준에 따라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간 협약을 맺는 모습을 보였다. 2003년 금속산업에 이어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모든 근로조건을 유지하면서 토요휴무를 도입하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이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하였다. 재계는 정부의 개정안이 최선은 아니나 법개정이 없는 현재상황보다는 낫다는 관점에서 개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서로 의견차를 보이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의견의 절충을 이끌어내서 노동계 단일안을 만들어냈다. 오랜 기간 개정안의 통과를 유보하던 정치권에서도 이제 이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과연 이번에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시된다.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면서 노사 양측이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노사 양측이 제시하고 있는 서로의 의견은 과거 3년동안 지속되었던 그것들과 별 차이가 없으며 교섭력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 협상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제 8일부터 협상에 들어간 노사 대표들은 기업이 없다면 일자리도 없고, 근로자 없이는 기업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상기해야 한다. 노동계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임금을 상승시키려 하지 말고 현재 수준의 임금을 보전하면서 휴일이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받아들여야 하는 한편,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반면 경영계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노동비용의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노동자와 같이 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노사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제도변화가 국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발생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주5일근무제의 도입은 더 이상 논쟁과 대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인 도입 기준이 제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현재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노사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국가경제와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 주5일근무제에 대한 노사간 협상에서 노사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과거의 모습을 탈피하고, 전체 근로자와 기업을 고려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서 합의에 이르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이러한 합의의 도출이 가능하다면 주5일근무제의 타결은 그동안 경직성으로 대표되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金承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8.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