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려면
	2003-07-25
경제 살리려면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의 부정적 유산으로 인해 갖은 악재를 안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최약체의 정부로 출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강자의 오만이나 부패적 수구보다는 약자의 청렴함과 합리적 개혁을 기대하고 노무현 정권을 선택했었다. 그러나 요즈음 지지자들은 너무나 허탈하다. 청렴함과 합리성이 역대 다른 정부보다 더 나을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너져 가는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대책이 전무한 채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대책을 살펴보아도 근본적 대책은 보이지 않고 그저 필요하면 수시로 언급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총망라한 것뿐이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더니, 경제문제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대응보다는 임기응변적 처방으로 일관하고 관심은 온통 내년 총선에만 가 있어 보인다. 지난 40여년 동안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잘 성장해 온 한국경제가 우리 때문에 갑자기 무너질 리가 있느냐는 듯이 태연한 모습이다. 그 사이에 명문대학을 나와도 절망할 수밖에 없는 청년실업의 대란이 펼쳐지고 있고 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투자하기 꺼리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 인기 없는 정책을 하필 왜 선거 직전에 해야 되느냐고 원망만 한다. 재벌정책, 노동정책, 금융정책 어느 것 하나 뒤죽박죽이지 않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구조는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는데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 금리나 내리고 돈이나 푼다고 경제가 나아질 수가 없다. 반짝하는 모르핀효과는 있을지언정 내성으로 인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부패정치구조, 제왕적 기업지배구조, 전투적 노사관계, 역선택적 교육문제, 도덕적 해이와 시장불투명성 등 문제투성이인 상태에서 어느 곳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가장 먼저 개혁해야 되는 곳은 정부부문이다. 그 이유는 정책수단을 갖고 갈등을 조정하고 시장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문에서 참여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취약하기 때문에 정책불투명성과 혼란이 증폭되고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받지 못해 경제가 더욱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실험을 할 시간이 없다.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범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음의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살리기에 두되, 국민의 정부처럼 반드시 부작용을 수반하는 단기부양책 위주의 유혹을 벗어버리고 우리 경제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개혁적 인사들로 경제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둘째, 추락된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 정권에서 소위 정책실패로 치부하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풍토를 일신하고 정책규율을 확립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부동산거품문제, 가계부채 및 신용카드사 문제들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해악이 너무도 클 뿐 아니라 이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결코 앞으로도 정치논리에 앞잡이가 되는 관료사회를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일단 개혁팀으로 교체가 되고 나면 정책적 콘트롤타워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각종 곁가지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현재 참여정부는 소위 토론정부라는 미명하에 많은 위원회들이 자문보다는 집행에 관여하는데, 이로 인해 정책혼선만 부풀려 가고 있다. 이제는 말보다는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일관된 정부의 행동이 절실한 때다. 정부가 문제를 정면돌파해서 난국을 풀어가야만 할 때다. 權泳俊 (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7.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