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제거가 더 중요
	2003-07-16
불확실성 제거가 더 중요 정부는 투자 활성화와 경기 회복을 핵심으로 하는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적기를 놓친 감은 있지만 적절한 대응 방향으로 보인다. 이참에 당국에 한 가지 더 주문하고 싶은 것은 투자 활성화와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도 매진해달라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분석을 해야 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분석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지표상 경기 하락도 문제이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마저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업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는 세계 경기의 침체, 북핵문제 등 외부 요인 탓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러온 대외적 악재들은 서서히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내 여건은 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부동산 거품, 저하된 소비 심리 등으로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는 상황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좀더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정책의 무게 중심을 구조개혁과 경기 회복 중 어디에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개혁이든 경기 회복이든 정책 방향이 잡힐 때까지 ‘복지부동(伏地不動)’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내핍을 추구하면서 투자를 보류할 것이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예상하는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할 투자 유인책을 기다리면서 투자를 지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경제정책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가 맞춰져 있는지 불확실한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동북아 경제 중심과 지역 균형 발전은 이미 ‘중심’과 ‘균형’이라는 단어가 상충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조화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경제적인 문제만을 고려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에 정치·사회적 차원까지 고려하다 보니 지향하는 방향도 불분명하게 되어버리고 해법 도출도 쉽지 않다. 경제문제란 언제나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음미해봄 직하다. 셋째, 정부가 제기한 노조의 경영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유럽식 노사모델 논의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새로운 노사모델을 도입하는 데는 노사 양측으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 우리 노사문화와의 조화 가능성, 각국의 경험사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노사관계는 성장 잠재력의 증진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보아야 하며, 이론적 논의보다는 역사적·실천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하버드대 경제학과 조르겐슨 교수는 90년대 이후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 격차가, 정보통신의 생산성 증가는 비슷하지만 노동 투입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고 있음을 실증 분석했다. 이것은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21세기를 여는 첫 정부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실질적 의미에서도 번영된 새 천년을 준비하는 초석을 놓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앞으로 5년이 민족의 번영과 쇠퇴를 가르는 분수령이자 중대한 순간이라는 경각심이 전제된다면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지 않을까.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7.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