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행동해야
	2003-07-12
중국은 지금 행동해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의 안보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북한을 크게 배려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와 같이 원론적이고 북한 편향적인 입장은 북핵 문제를 보는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 구사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다자간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확산방지안보구상(PSI)'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저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PSI는 실천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4월 호주 해군이 마약을 실은 북한 선박을 나포했고, 6월 초에는 미국을 비롯한 11개 국가가 PSI 실현방안에 대한 회의를 개최했다. 앞으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마약과 미사일 등의 해외수출을 차단해서 핵개발 자금줄을 끊으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핵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란 지위에 걸맞은 관심과 역할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북핵 문제가 시시각각 악화돼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란 입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북핵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설사 핵을 보유한다 해도 중국에 대해 사용하진 못할 것이란 확신이 이같은 과소평가의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신장이나 티베트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이 핵개발을 시도한다면 중국 정부의 반응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국가적 능력을 총동원해서 핵개발의 진원지를 발본색원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을 얻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정서와 요구를 정확히 읽고 여기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국에 큰 피해를 주진 않지만 국제사회가 위협으로 공감하고 있는 문제를 자국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정권의 행태를 보는 중국의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낙인찍힌 북한을 맹방이란 이유만으로 감싸는 중국과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강한 압박을 가하는 중국, 그 어느 쪽을 국제사회가 더 신뢰할지는 자명하다. 같은 맥락에서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북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인 만큼, 원한다면 북한 정권에 대해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유엔 차원에서 북핵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논의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다. 일단 유엔에서 대북제재가 시작되면 중국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후세인보다 더한 북한의 독재정권이 스스로 핵보유를 시인한 만큼, 대북제재에 대한 명분상의 걸림돌은 없다. 이라크전에 반대해서 손실을 맛보았던 프랑스는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할 태세이며,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이 섣불리 북한 편을 들다간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북중 관계의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강력한 대북정책을 취하는 것만이 북한 정권의 핵야욕을 꺾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全星勳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7.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