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억제력 발언' 속셈
	2003-06-11
北 '核억제력 발언' 속셈 지난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핵 억제력은 결코 위협수단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대북 핵위협을 계속한다면 자신들로서도 핵 억제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물리적 억제력이나 군사적 대응 등을 강조해 오던 북한이 핵 억제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억제력 보유의 판단은 억제달성의 3C요소, 즉 능력(capability)과 신뢰성(credibility) 그리고 의사전달(communication)의 보유 여부에 달려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한의 억제력은 재래식무기체계를 바탕으로 한 차원에서도 강력하다고 판단된다. 북한은 뛰어난 재래전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치무대에서 억제전략의 신뢰성(불확실성을 통한 억제, 비이성속의 이성, 극한정책 등)을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강력한 억제력을 갖춘 북한이 여기에다 다시 핵억제력을 보유하겠다고 밝힌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일단 북한의 지금까지 취해온 핵관련 발언이 '위기의 확대'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번 핵억제력 발언도 벼랑끝 전략의 또다른 형태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다만 이번 핵억제력 발언은 핵보유 여부를 떠나 북한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취한 강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핵억제력 발언은 역으로 북한의 정치적-경제적 상태가 절박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북핵외교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지금까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무력 사용을 강조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어떤 강수에 대해서건 "정치적인 협상 혹은 거래는 없다"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현재 택하고 있는 전략이 북한이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태에 있음을 가정하면서 북한에 대해 '고립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과거 어떤 시대보다 러시아, 중국, 일본과 가장 확실한 공조를 이룰 수 있는 국제정치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해 사사건건 응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며, 북한이 먼저 행동으로 무엇인가를 보이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시점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북한 핵문제가 대두되고 핵억제력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북한핵이 누구를 위협하는지에 대해서도 견해의 일치가 없는 것 같다. 만약 한국이 없다면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핵문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9.11테러사건으로 미국의 안보전략은 공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우리도 대북 억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대비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외교적으로는 적극적이었으나 군사적으로는 미온적이었다. 더욱이 햇볕정책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북한이 우리의 보복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약점을 경험적으로 계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이제 우리도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수행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우리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문자 그대로 '도발 불용'이라는 원칙하에 안보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국방부 율곡계획을 부활해야 한다. 또 대북정책의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한미동맹관계는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공조로 한반도 정책이 일관되게 우리측에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대북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급변하는 한반도정세 속에서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金顯基 (경기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6.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