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자유 더 줘야
	2003-06-09
기업에 자유 더 줘야 요사이 전세계 주요국가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촌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플레이션 현상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그 여파로 경기도 가라앉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이미 디플레의 깊은 수렁에 빠져있고 세계경제의 나머지 축을 이루는 미국이나 독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위험수준에 점차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월의 소비재 물가가 전년 동기대비 1.9% 하락했고 1분기 경제성장률도 3%대로 떨어지면서 디플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황심리의 확산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자산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경우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다. 우리가 디플레에 빠질 경우 우리의 앞날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각종 사회불안 요소들을 성장이란 우산으로 상당부분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이 멈추면 사회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또한 향후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국력을 키워 놓지 못하면 그야말로 '통일=경제파국'이 된다. 남쪽만도 버거운데 향후 북쪽 형제들을 부양하려면 경제는 당분간 개점휴업해야 할 것이다. 이제 1만달러 소득에 만족하여 복지정책에 힘을 쏟아야 할지, 새로운 도약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할지 그 선택은 분명해진다. 지금은 도약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분배정책이나 노동자친화적 정책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성장주역인 기업들에 상당한 자유를 주고, 성과중심의 경제 운용을 도모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새로운 도약은 창의와 혁신으로 가능한데 이는 왕성한 투자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다. 투자는 예측 가능한 경제환경에서 위험 대비한 수익이 창출될 때 이뤄진다. 다시 말하면, 현재와 같은 디플레 저성장 기조에서는 기업들이 수익을 높이 올릴 수 없으므로,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강성 노조와 각종 규제 속에 경제원칙이 쉽게 무시되는 환경에서는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정책은 이를 제거하고 경영진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로, 창의와 혁신은 주주, 임직원들에게 성과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때 일어난다. 적절한 보상의 전제는 투명한 경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투명한 경영을 지향하는 지배구조 개선 정책들은 시행되어야 한다. 최근 SK㈜의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무리한 지원이 행해질 때 많은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을 외면할 것이다. 셋째로 시장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시장에 긴장감이 돌아야 경제는 건강해진다. 부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하루 빨리 퇴출시켜 유능한 경영진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경제효율을 증대시키는 공기업 민영화 또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법을 올바로 집행함으로써 스스로의 권위를 회복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으면 한다. 지난 5년간 DJ 정부의 경제 정책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법집행을 일관되고 공정하게 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정직하고 근면한 전문가가 기관장으로 임명되고 이들이 정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동북아 금융 및 물류 중심이란 원대한 꿈도 엄정한 법 시행과 전문성이란 소프트웨어 없이는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은 단기 대응보다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 가려 추진하되,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가능한 경제시스템 구축에 힘쓸 때이다. 鮮于奭晧 (홍익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6.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