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도박'과 미군재배치
	2003-06-06
'核도박'과 미군재배치 미국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방위변혁'으로 통칭되는 이 변화는 지난 9.11테러참사 이후 미국 행정부와 국민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안보관을 반영한 것으로서 향후 국제질서 재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특히 주한미군의 향배와 한미연합작전체제 운영에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주도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과 전략의 변화는 한마디로 기존의 전진배치된 병력을 줄이고 신속기동타격군을 편성하여 위협에 예방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미국 본토 방위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한미군과 주독미군을 감축하여 재배치하고 이를 신속기동여단(스트라이커 전투부대)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실무협의회'가 발표한 주한미군 2단계 후방배치 및 기지 통폐합 내용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구상을 반영하고 있다. 9.11테러참사 이후부터 미국 행정부는 종래의 피동적인 방위개념에서 탈피하여 공세적이고 선제적인 예방전쟁 개념을 도입하고 전면전이 아닌 비대칭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테러와 전쟁차원에서 선제공격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부시독트린'이다. 그래서 서유럽(독일 중심)과 동북아시아(한국 중심)에 있는 핵심기지는 유지하되 이들 기지는 장차 세계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발사태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도 아울러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이 같은 전략변화는 실전적으로 요구되었고 또 군사기술적으로도 검증되었기 때문에 이제 어떠한 형태이건 우리의 안보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북한의 핵개발 위협으로부터 야기된 한반도 긴장고조가 문제이다. 이미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우려국의 WMD와 미사일 수출입을 차단키 위해 'WMD확산방지방안'을 내놓은 상태이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원칙적으로는 평화적-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만약 북한이 핵무장을 강행하면 예방전 차원에서 선제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핵위협을 테러와의 전쟁선상에서 다룬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라크 다음에 북한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로 미국의 단호함 때문이었다. 따라서 미군의 전세계적 재배치 문제는 비단 미국 군사력 구조조정 문제만이 아닌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모두에 직결되는 우리의 최대 안보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력을 앞으로 4년간 110억달러를 투입해 150개 부문을 증강시키겠다고 미군당국이 발표한 것은 무인항공기와 신형 패트리어트미사일 등 첨단무기체계 도입으로 기존의 병력을 감축하고 재배치할 수 있다는 기술적 측면 못지 않게 대북경고의 성격도 담고 있어서 주목된다. 우리 국방부가 자주국방에 필요한 전력증강을 위해 앞으로 10∼15년간 국방예산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7% 수준에서 4%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9.11테러참사로 촉발된 미국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의 급변은 이제 북한의 위험한 핵도박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 일부가 고속상륙정을 타고 한반도에 신속 투입되는 훈련이 실시되는가 하면 항모 칼빈슨이 한반도 주변해역에 머무르고 스텔스 전폭기편대가 오산기지에 대기중이다. 이 모든 미군의 전세계적인 전력 및 전략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북한의 핵공갈위협에 대한 자위적 선제대응태세 구축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철저한 현실주의적 적응자세가 요구된다. 南柱洪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6. 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