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무장 부추기는 북한
	2003-05-15
日재무장 부추기는 북한 한·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 핵문제가 더욱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바라보는 북한 핵에 대한 심각성은 대단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바라보는 북한핵에 대한 위험도와 위협 수준 역시 심각한 지경인데, 유독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 국민들만이 북한 핵에 대해 둔감하게 느끼고 있다고 대단히 의아해한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3자회담이 열리고 있을 때 일본의 거의 모든 미디어 매체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실 여부, 그리고 만약 보유하고 있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규명하는 프로그램들로 가득 찼었다. 일본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합의 이전에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이미 추출하고 그 플루토늄으로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이라는 미국측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핵무기의 신뢰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역시 핵실험 여부와 그 성공에 관한 기술 수준을 규명하는 작업에 철두철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70여 차례의 고폭 실험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플루토늄을 직접 사용하여 고폭 실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턴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했던 오펜하이머는 그 당시 3개의 핵 폭탄을 제조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됐던 우라늄 폭탄이고, 2개는 플루토늄 폭탄이었다. 우라늄 폭탄은 핵실험 없이도 폭발하기 때문에 실험이 필요 없었으나 플루토늄의 경우는 기폭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핵실험이 필요했고, 그래서 2개 가운데 하나는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터지는 것을 확인한 뒤에 나가사키(長崎)에 떨어뜨린 것이다.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플루토늄 핵폭탄의 경우 10%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플루토늄 핵 폭탄의 핵폭발 실험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기술적 의미를 지닌다. 만약 북한이 플루토늄 핵 폭발 실험을 했다면 일본 열도 안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지진계에 포착됐을 것이나 아직 그런 징후는 발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지진관측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세계 어느 곳에서 핵실험을 해도 포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일본이 북한의 플루토늄 핵실험 여부를 놓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획득할 수 있는 일본이 핵실험을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 경우 이 분야가 아킬레스 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이 100만분의 1초 이내에 가운데로 몰려들어 가면서 동시에 만나 터져야 하는 내폭형 구조의 플루토늄 핵 폭탄은 터질지 안 터질지에 대한 사실 확인 때문에 반드시 핵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실제의 핵실험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핵실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나라들만이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도, 북한도 이를 입수할 방법이 없는 말이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폭발하는 플루토늄 타입의 핵 폭탄은 북한이든 일본이든 제조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북한이 신뢰할 만한 플루토늄 핵 폭탄을 보유했을 가능성이란 옛 소련의 해체 과정에서 소련 핵과학자들이 핵실험 데이터를 빼돌려 북한에 제공했을 경우다. 그런데 이 또한 그리 신빙성 있는 추론이 아니라는 게 일본의 판단이다. 따라서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제 어디서든 성공적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수준이 못되는 초보적 수준이라는 게 일본의 평가다. 때마침 베이징 3자회담 기간중 일본을 방문한 러시아의 고위 국방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 영변의 핵 시설을 수술적 요법으로 제거하기 위한 폭격을 감행한다면 이는 소련의 체르노빌사태와 같은 대재앙을 부를 것이고, 방사능 낙진이 일본까지 피해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마저 생각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북한은 여러 모로 일본에 기회를 던져 주고 있다. 대포동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일본은 미사일 개발과 첩보위성을 추진하게 됐고, 급기야 자민당내 헌법조사회가 군사력 보유를 정당화하는 개헌 골격을 마련하고, 여야가 유사(有事)법제 입법화를 추진하는 지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그토록 비난하는 북한이 일본의 재무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5.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