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책 세워라
	2003-04-15
청년실업 대책 세워라 우리나라 청년실업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OECD국가 중에서 2번째로 높다. 대학진학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고학력 인력의 사장으로 인한 자원낭비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곪아가는 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노동정책은 노사관계문제에 매달려왔고, 교육정책은 입시문제에 매달려왔다. 정부는 청년실업문제가 대두되면 인턴사원제활용이나 직업훈련강화 등 임시방편적이며 생색내기 식의 대책을 내놓는데 그쳤다. 청년실업대책이 이렇게 겉도는 이유는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데 있지만 우리사회가 가지고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당사자인 청년세대는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에 비해서 발언권이 작다. 또한 청년실업자는 서울보다 지방, 남성보다 여성, 고소득계층보다 저소득계층에 많이 속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그만큼 어렵다. 청년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다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경험은 단절되고 만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조선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조선소에서 기술을 전수해 줄 청년들을 찾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금 팔을 걷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기성세대의 노후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토대도 무너지고 만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이 문제는 국민들 개개인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한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세워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직업관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땀흘릴 각오만 한다면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는 많다. 건전한 직업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가 벤처를 과대 포장하여 현혹시키고 언론이 열풍으로 부추기는 그러한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교육을 받으면 일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대중화되어 버린 대학의 목적은 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무를 맡을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인문계고교와 실업계고교를 억지로 분리하여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은 마치 이류시민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만드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셋째,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시장의 동맥경화증세를 개선해야 한다. 연공서열식 임금이 유지되면서 정년은 연장되고 고용안정장치도 강화되다 보니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이 일할 기회는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해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청년인력이 꾸준히 충원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 신기술과 신지식을 갖춘 청년들을 흡수할 수 있는 유망 업종의 창업이 촉진되는 경제환경을 만들고 청년들의 해외 취업도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을 찾는 일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것이 청년층의 고용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며 국가의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金兌基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4. 1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