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고위공직자뇌물의제법’ 제정에 대한 입법청원 제출
2003-04-10
국회에 ‘고위공직자뇌물의제법’ 제정에 대한 입법청원 제출 -공직자는 명예(공직) 아니면 부(돈)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는 10일 오후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 소개로 ‘고위공직자뇌물의제법’ 제정에 대한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시민회의가 입법청원한 내용은 5급 이상의 고위공직자가 일천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는 그 금액이나 재산상의 이익은 뇌물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입법청원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나라종금 사건 등과 같이 권력형 비리 사건의 뇌물수수죄에 있어서 금원의 수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여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위공직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국민의 법감정을 바탕으로 시민회의가 청원한 것이다. 우리 형법 제129조 이하에서는 뇌물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인 수뢰죄를 규정하면서도 그 객체인 뇌물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학설과 판례는 일치하여 독일형법의 영향으로 해석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대가관계’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요구하며 뇌물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검사는 명문의 규정에도 없는 구성요건인 ‘대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 입증의 곤란함으로 인하여 수억원의 돈을 받은 공직자들도 대가성이 없는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법망을 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법원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등 대가관계를 폭넓게 해석하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종국적으로는 해석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부 학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해석상 대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 내지 상관관계만을 뇌물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한다면 상당부분 이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석이라는 한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론으로 나아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일정금액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그 금원의 성격을 원칙적으로 뇌물로 보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고유한 임무이다. 고위공직자들은 그들이 가지는 명예이외에 부를 원해서도 축적해서도 안된다. 이는 도덕적 요구가 아닌 사회적 당위이다. 이러한 특별법이 제정되어도 정치자금 또는 선거자금이라고 주장하는 바에 대하여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30조 이하의 규정을 먼저 적용하여 한계선을 설정할 수 있고, 수수액이 기준금액 미만인 경우는 기존의 해석론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특별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조속한 입법으로 확고한 국회의 반부패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고위공직자뇌물의제법 제정(안) 내용입니다.
고위공직자 뇌물의제법 제정 입법청원
청원인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김석준 외 5인 제안이유 : 최근 나라종금의 퇴출과 관련한 로비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이 수수한 돈의 성격이 또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2억여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소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뇌물죄의 처벌과 관련하여 불거져 나오고 있는 문제의 발단은 현행 형법이 제129조에서 ‘뇌물’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단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면 처벌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데에 있다. 특히 판례와 학설은 현행 형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대가관계를 ‘기술되어 있지 아니한 구성요건표지’로 보고 있는 바, 판례와 학설은 일치하여 뇌물죄의 성립요건으로 대가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떡값’, 정치자금 명목의 '평소관리' 내지 ‘정치적 금품상납’이라고 하는 형태의 뇌물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등 처벌의 사각지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판례는 뇌물죄의 적용범위를 확장하여 그 공백을 메우려고 하고 있다. 즉,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넓게 해석하는가 하면, 뇌물과 직무와의 대가관계에서 대가관계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소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결국 ‘해석’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뇌물죄 처벌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하여는 입법론으로 나아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일정금액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그 금원의 성격을 원칙적으로 뇌물로 보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고위공직자뇌물의제법'의 제정을 청원하는 것이다. 주요골자 : 5급(상당) 이상의 공무원(공직자)이나 중재인이 일천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는 그 금액이나 재산상의 이익은 뇌물로 본다.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요내용 : 현행 형법 제129조는 수뢰죄를 규정하면서 뇌물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단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와 학설은 독일형법의 영향을 받아 일관하여 대가관계를 요구하여 왔다(하지만 독일형법도 1997년 부패방지법 시행에 따른 개정에서 뇌물죄에 관한 대가성 부분은 삭제함으로써 더 이상 대가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그 결과 엄청난 돈을 수수한 것이 확인된 공직자에게도 그 금원과 직무 사이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속출하여 왔다. 이는 국민들의 법감정과도 맞지 않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극심한 허탈감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법원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등 대가관계를 폭넓게 해석하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종국적으로는 해석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금원의 성격을 묻지 않고 일정액을 넘는 금액이나 재산상의 이익이 수수되었다면 바로 뇌물로 간주해 버리는 특별법으로서 그 간극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문제되는 것으로는 정치인들이 수수하는 정치자금과 뇌물의 경계점이 모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서 정치자금의 수수요건과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30조 이하에서는 선거자금․정치자금의 명목이라고 하더라도 공직선거와 관련하여 제공하거나 제공받아서는 아니될 금품 및 재산상의 이익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두가지 법률에 의하여 정치자금과 뇌물의 한계선이 그어질 수 있다고 하겠다. 또 제정 법률안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천만원 이하의 금액을 수수한 경우는 기존의 형법을 적용하여 현행과 같이 대가관계를 요구하여 해석하던지 아니면 일부학설의 주장과 같이 대가관계 대신에 인과관계 내지 상관관계를 요구하여 해석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일천만원이라는 뇌물의제의 기준금액의 다과가 문제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지 20만원의 금품을 부산시 주차관리공단의 영업과장이 수수한 사례(96도865)에서도 대법원은 뇌물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고, 행정심판에서도 파출소장이 부하직원을 통하여 관내업주로부터 10만원을 받고 이외에도 30만원을 떡값으로 받은 사안(행정자치부 소청심사위원회 소청결정사례집 제34집 1997, 179쪽)에서 해임처분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5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천만원은 오히려 매우 과다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기준금액을 훨씬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기준금액을 낮추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선에서 결정하고자 한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그 어떤 항변도 불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위공직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특별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속한 입법으로 확고한 국회의 반부패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