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검법 개정 서둘러야
	2003-04-09
국회 특검법 개정 서둘러야 헌정사상 네번째 특별검사가 사무실을 마련하고 2명의 특별검사보와 함께 정식 활동을 위한 최종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한동안 이라크전쟁과 계속해서 등장한 지난날의 정치적 편린들 때문에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특검제가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 특검제는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대북 비밀송금의 의혹을 다루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대북 비밀송금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법안 제출 전부터 통과되기까지 여야 간의 대립과 국민 여론의 열띤 논쟁을 경험했다. 대북 비밀송금이란 사안의 민감성은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 해결과 법적 처리를 놓고 다투게 만들었다. 남북관계를 고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대북 비밀송금은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될 수 없는 고도의 정치행위로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기관의 모든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라고 본다. 사실 이런 논쟁은 불행한 일이나 모든 분쟁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실정법 위반의 의혹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선택이다. 따라서 특검제에 의한 법적 해결의 수순은 우리의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면 이번 특검은 어떤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특검법은 밝혀야 할 사안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북 비밀송금의 의혹으로 여기서 규명해야 할 것은 북한으로 송금된 돈의 성격이다. 송금이 대북 경협자금인지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인지의 문제는 이번 특검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대북 송금 과정에서 정권 핵심부의 개입 여부 조사, 자금의 조성과 규모 및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과정에서 위법 여부 등 규명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계좌의 추적 등으로 돈의 행방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려면 북한 계좌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특검은 과거와 달리 남북 문제가 걸려 있다. 남북 관계는 국익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이 부문에서 이번 특검의 한계가 노정돼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 권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검증하고 자의적인 국가 권력의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특검의 엄중한 조사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법은 현실의 척도이다. 현실이 법을 필요로 한다면 제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차제에 특검제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우리 정치 환경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권력형 대형 비리사건에 대해 현행 수사 제도 아래에서는 그 시비를 가려 법에 따라 해결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웬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형 비리사건을 전담할 국가기관의 설치는 현실에서 오는 분명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의 주장처럼 이러한 사건들을 전담하여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상설적 특검제의 법제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시적 특검제는 수사 대상과 수사 기간의 제한이라는 제도적 문제뿐만 아니라 검찰의 비협조 등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상설적 특검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사건 등 특별한 사안을 예상하여 미리 특별검사의 임명 방법과 수사 권한, 수사 범위 등을 규정한 일반법을 제정하여 사안이 발생하면 적용하자는 것이다. 상설적 특검제는 사안의 발생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 없이 바로 특검이 임명되어 정치적 상황의 고려없이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이제 곧 특검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에 착수한 이상 특검법에 규정하고 있는 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파헤쳐 실정법 위반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번 특검법은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여당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여 대상을 축소하고 기간도 단축한 것이다. 대통령은 심사숙고 끝에 여당의 반대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평화와 상생의 정치를 위해 특검법을 공포했다. 물론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조사 범위의 제한을 두는 제한적 특검제로 개정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여야가 조속한 시일 안에 특검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면 국회는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여 특검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에 대한 국가 기관의 의무다. 김상겸 (동국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4.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