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多者대화 나서라
	2003-04-07
북한은 多者대화 나서라 미국이 이라크를 전면 공격한 지 2주일이 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사담 후세인이 독재 정권을 유지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제시한 9개의 결의안과 1441호 마지막 결의안을 무시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리고 이라크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에 떳떳한 일원이 되기를 거부한 데도 그 원인이 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공격 직전까지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고 후세인 정권이 국제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일원이 되기를 요청했다. 이를 거부한 결과는 자국민에게 비극만을 안겨주는 전쟁을 자초하고 말았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상호 의존하는 가운데, 지구촌적인 네트워크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나라도 이러한 국제질서를 외면하고 살아남기 불가능해진 국제 질서가 확립된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 질서를 직시하면서 먼저 개방을 단행하고 점진적으로 개혁 과정을 밟아 나아가야겠다. 만일 북한이 이러한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핵화 노선을 위한 노력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도 체제 보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핵화 노선에 의존하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체제 수호를 위한 것이라면 핵화 노선을 버리고, 개방·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체제 수호의 방편이 될 것이다. 이 때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더 효과적인 원조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의 몇몇 고위 정책수립가와 장시간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현재까지 2억7520만유로가 북한에 인도적 원조로 사용되었고, 특히 북한 직물에 관한 수입 쿼터를 설정하여 통상 특권마저 부여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유럽연합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컨소시엄 집행위원이 된 이래, 2002년 말로 1억1500만유로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고위 정책수립가들은 유럽연합이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자도자를 방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구촌화가 이미 이루어졌지만 지역별로 통합되어 가는 네트워크로 특징지어지는 국제 질서에서 북한은 누구보다도 어떠한 형태의 대화에든 임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원하는 미·북간 대화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다시 복귀하지 않는 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다자간 대화의 틀을 수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 틀은 최근 윤영관 외교장관과 파월 국무장관과의 대화에서도 다시 강조된 바 있다. 이 대화 방식은 북한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면서 경수로 건설을 위한 지원 자금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한 해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대화의 틀은 북한의 전면적인 경제 건설을 위한 것이고, 동시에 체제 수호를 위한 계기가 될 수가 있다. 서방 정책수립가들과의 접촉 경험에서 볼 때,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개방과 개혁을 추진한다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대대적인 지원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 계속 핵화 노선을 밟는다면 핵무기를 확산시킬 것이고, 그것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끝내 그 길은 북한의 고립 상태를 면하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불행한 사태마저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핵화 노선 아래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험 발사로 주변국가들을 위협하면서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을 제기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번 이라크사태를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 결국 북한이 국제 사회로 돌아와서 지구촌적 네트워크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파트너는 한국일 것이다. 새 정부는 부시행정부의 의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그 한 예로 새 정부는 러시아 가스를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새 정부가 한반도를 동북아 허브센터로 구축하고자 하는데, 북한이 새로운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계획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절호 의 기회다. 허만 (부산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4. 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