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토록 南을 몰라서야
	2003-03-19
北, 이토록 南을 몰라서야 최근 북한은 연일 현대의 대북 비밀송금 관련 특검수사에 대해 대남 비방과 선전선동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북 비밀송금에 대한 특검법이 공포된 상황에서 북한은 특검수사는 남북관계를 동결시킬 것이라든지,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대북송금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능하다느니, 현대와 북측 아태간의 협력사업을 방해하는 것은 반민족적 행위라느니 등 어떻게든 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수사를 막아보려고 온갖 언론매체를 동원해 비방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선때 한나라당 대북 밀사와 3차례 만났다는 주장과 심지어 남한의 보안법 철폐까지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비방과 선전선동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주장들은 그 성격과 방향에 있어 우리 내정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등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민감하게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은 특검수사의 진척 여부에 따라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자체에 대한 정당성이 근본부터 훼손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수사 결과 정상회담의 대가로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건네졌거나 그 자금의 전달경로와 북측 계좌 및 담당자의 신원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상도 대내외적으로 크게 실추될 것이다. 현대와 아태간의 비밀거래 내역이 소상히 드러날 경우 그동안 금강산 관광과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내 통로 개방문제와 관련하여 소극적이던 군부 등 북한내 수구세력을 크게 자극할 위험성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이 남한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한사회가 얼마나 빨리 변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남 비방을 책임진 사람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북송금이 문제가 된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경협이 아무리 중대하고도 중요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자금의 조성과 전달과정 등이 투명하지 못한 채 집행되었거나 그 과정에서 국내법을 위반하였다면 당연히 수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남북관계의 중요성에 비추어, 또는 대통령의 '통치행위' 등의 이유로 문제삼지 않았을 사항도 이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 만큼 남한사회의 민주화는 진척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당인 민주당의 간곡한 요청도 마다한 채 특검법을 공포하게 된 배경과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을 간과한 채 북한이 특검관련 비방과 나아가 남한사회 내 여야간, 보수-진보간의 갈등의 틈새를 넓히려는 책략을 구사한다면 이는 남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의 사정도 잘 모르면서 함부로 비방을 일삼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중대 사항이라고 하더다도 남한 내정에 간섭하는 불법적인 행동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부쩍 늘어난 민족공조라는 명제하에 남한사회를 흔들어보려는 시도는 남한 국민 대다수가 법과 제도의 틀속에서 원칙을 지켜가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특검수사는 법에 따라 엄정히 추진될 것이며,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에 임하는 자세와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남북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따라서 북한도 진정 민족화해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란다면 더 이상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비방 대신에 남한사회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柳浩烈 (고려대 북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3. 3.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