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와 검찰개혁
2003-03-07
강금실 법무와 검찰개혁 새 정부의 내각이 윤곽을 갖추게 되면서 앞으로 5년간 우리 나라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예측과 기대, 또는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새 경제팀이 최근의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고, 아직 임명되지 못한 교육 부총리를 중심으로 어떠한 교육정책이 새 정부에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새 내각의 구성에서 단연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강금실 법무장관의 기용을 둘러싼 검찰개혁의 방향과 수순 및 그 파급 효과 등에 관한 노무현정부의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화두에 올랐던 것이 정치개혁, 교육개혁과 더불어 사법개혁이었고, 검찰개혁도 사법개혁과 맞물려 수없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개혁의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검찰개혁도 정치개혁이나 교육개혁과 다를 바가 없었다. 특히 검찰개혁은 대부분의 집권계층에서 집권 초기에 이른바 ‘검찰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예가 많았고, 그 결과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계층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검찰 수뇌부를 구성함으로써 검찰을 충실한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과정을 검찰 개혁이라고 정당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개혁의 요구는 더욱 거세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 기관들이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의 연장선상에서 일반적인 예상을 크게 벗어난 법무장관 기용 및 차관 임명을 이해한다면, 새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진지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문민정부 이래로 수많은 개혁이 주장되고 또 시도됐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성공적인 개혁은 많지 않았다. 특히 집권계층 스스로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개혁은 대부분 시늉에 그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좀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장관을 기용하고, 관행적인 서열을 파괴하는 차관을 임명함으로써, 단순히 수뇌부 몇 명의 교체가 아닌, 조직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에 있어서는, 그것도 커다란 힘을 갖고 있으며 수많은 이해 관계와 맞물려 있는 거대한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에 있어서는 단순히 강력한 의지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고, 강한 의지와 치열한 노력으로 뒷받침된 개혁이라 할지라도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거나,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강금실 장관이 앞으로 어떻게 법무부와 검찰을 움직여 나갈 것인지와 관련, 많은 국민이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강 장관이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또한 강 장관은 검찰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 조직 자체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강 장관이 검찰 조직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는 문제점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동시에 과연 검찰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을 조정하면서 조직 전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수많은 개혁을 필요로 한다. 아직도 뒤떨어진 부분들, 변화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새 정부가 개혁의 성공을 보여주기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그러나 개혁의 미명 아래 새로운 방식의 ‘검찰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새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이 남겨준 교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실패한 개혁은 시도되지 않은 개혁만도 못하다. 개혁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진정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성공시킬 의지가 있다면, 개혁의 성공 조건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이를 충분히 갖추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3. 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