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아시아 역내 전담 신용평가 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
	2003-02-18
객관적인 아시아 역내 전담 신용평가 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 지난 11일 세계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90%가량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미국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사가 북핵사태를 이유로 한국의 신용평가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 하향 조정하였다. 이것은 지난 달 20~21일 무디스사 관계자 3명의 조사차 방한 시 신용등급이 당분간 변화 없을 것이라는 입장 표명 이후, 갑작스러운 하향이어서 더욱 뜻밖이다. 이번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최근 2차 북핵사태가 북한과 미국간의 벼랑 끝 전술로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1994년 1차 북핵사태 당시 미국 항공 모함이 한반도에 집결하는 전쟁 발발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A1이라는 최상위 등급을 유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조치이다. 또한, 영국의 피치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 (S&P)와 프랑스 수출보험공사인 코파스 등의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반도 긴장 상태는 A등급 설정 시부터 이미 충분히 고려된 부분으로 현재와 같은 A (안정적인)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 전문가들도 이번 햐향 조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견해와 함께 다소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BNP파리바 외환 전략가인 티오친루씨는 “작년에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놀랍다. 내 생각에는 이 같은 조치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한국에 긴장감이 있기는 하지만, 물리적 갈등을 피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온 것은 아니다.” 라고 하였고, “시장 참가자들이 다소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펀더멘털상으로 북한 관련 긴장감이 증대하고 있어 크게 놀라울 것은 아니지만, 무디스의 최근 발표를 볼 때는 놀랍다.”라고 싱가포르 JP모건체이스 외환 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무디스의 갑작스런 조치에 놀라움을 표했다. 무디스사는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하고 나서야 무디스사가 단기간 내에 6등급을 낮춤으로써 위기경고 기능을 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확산하여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지난 엔론사의 분식회계부정과 관련해서, 무디스사는 미국 엔론사의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도록 정치계의 영향을 받아 파산신청 다음 날인 12월 3일에서야 다섯 단계나 하향 조정하였다. 더욱이, 미국의 국가 신인도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던 9.11테러 이후,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하향조정을 하지 않는 반면, 신흥시장에 대해 자금이탈 및 경기 회복 지연의 우려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였다 무디스사의 이러한 과거 실책들과 타 주요 신용평가 기관들의 반응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하향 조정은 최근 반미감정의 확산과 미군 철수 문제, 북핵사태에 대한 한미간의 의견조율 및 대미정책과 관련하여, 무디스사의 객관중립성의 부재,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무디스사의 신용평가는 한 등급만 떨어져도 연간 5억 달러의 외채 이자를 물어야 하며, 경기위축이라는 파급효과를 미칠 것을 고려할 때, 한국에게 무디스사를 포함한 신용평가기관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신용평가 등급의 하향 조정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현 상황의 재조명과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비록 미국과 북한과 연관된 외생적 요인이긴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 사안인 북핵사태에 대한 확고한 대안을 표명해야 하며, 신정부의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 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하향조정으로 인해 국민들이 경제 활동에 있어 위축, 동요되지 않고, 지속적인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하며, 대내외적으로 탄탄한 경제 기반구축의 신뢰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 및 각국의 경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용평가 기관들은 자국의 입장이나 이해 관계가 개입된 신용평가가 아니라, 보다 객관성을 가지고 시기 적절하게 위험 경고 기능을 수행하는 바람직한 위상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의 주요 신용평가 기관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 선진국에 기초하고 있는 바, 아시아 국가들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이해 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객관적인 아시아 역내전담 신용평가 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의 확산으로, 그 논의가 지난 해 태국 치앙마에서 열린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재무장관회담에서 제안되었으며, 오는 3월말까지 세부사항이 마무리되어 10월 정상회담때 제안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적극적 협조와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남영지 (시민회의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