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대북정책과제
	2003-02-13
새정부의 대북정책과제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미국의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상당한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반도에서는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한 화해 협력 증진 등 일련의 변화가 야기되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최근까지 북한 핵 위기로 인하여 북·미 관계는 폭발의 비등점에 점점 다가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은 북한 핵 포기,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원칙 아래 미국,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특사를 파견하여 우리 입장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극히 불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은 기본적으로 서독의 신동방정책에서 차용한 것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접근을 통한 변화’ 전략은 동서 두 진영 간의 데탕트 분위기에 편승, 과거 냉전적 서독 정부의 대 동독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평화 전략, 중·소 분쟁에 따른 소련의 대 서유럽유화책 등의 대외적 여건이 마련되어 동서독 간 화해 협력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 환경은 양대 진영 논리가 우선시되었던 독일과는 다르다. 미국이 향후 세계 질서 주도권 문제로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대북 강경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햇볕정책이 넘어야 할 극히 불리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즉, 독일의 경우 독일 냉전 구조의 최대 장애물은 서독이었지만, 한반도의 경우 세계 초강국 미국의 조지 W 부시행정부라는 점에서 한국의 햇볕정책의 단기 전망은 밝지 않다. 예컨대 빌 클린턴정부 시기에 김대중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클린턴행정부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가 아니라 전략적 동반자로 간주하여 동북아시아 역내 세력 균형을 위한 균형자적 역할을 추구했고, 남북 관계 진전, 북·미관계 진전, 북한 체제 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북 정책 수단으로 클린턴정부는 북한 체제 보장, 북·미 관계 개선, 북한 경제 지원 등의 보상적 수단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북 햇볕정책은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클린턴정부 아래에서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했다.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세계 전략과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일본 재무장 강화 등을 통해 미래 중국의 세계 초강대국 도전에 대한 확고한 미국 패권을 확보하려는 공세적 전략 구사를 통한 동북아시아 정책에 의하여 기본 축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 동북아시아 전략 변화는 한반도 정책에 심각한 변화를 야기한다. 햇볕정책 추진을 통해 남북한 화해 협력이 진일보되고, 이것이 주한 미군 철수, 한반도에 대한 중국 영향력 강화 등 미국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 추진에 위해가 가해진다면, 미국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과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은 갈등 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한 핵 문제에 접근하는 부시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및 중국 견제라는 대 동북아시아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정책 수단으로는 물리력을 통한 억지력 강화를 기본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어(MD)를 세계적 차원에서 구축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으며, 사태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북한 공습도 상정하고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과 미국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과의 상관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는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 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국제적 문제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출범할 노무현정부가 대북 정책을 탈냉전 후 미국이라는 거대 초강대국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북한 핵 위기는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작용할 것이다.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2. 1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