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 다시 회복하려면
	2003-02-13
국가신용 다시 회복하려면 11일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 발표한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성과가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다방면의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동안 적지 않은 구조조정 결과를 토대 로 선진경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외교정책상의 혼선으 로 잠재적 불안요인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제때 차단하지 못한 점이다 . 실상 우리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북한 핵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나 기초체력이 다시 한번 재검증을 받아야 하는 뼈아픈 현 실은 경제외적인 외교정치 요인이 소개방경제의 국가등급 결정에 얼 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사실 2002년에 이루어진 상향조정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중 주로 거시적이고 순환적 경제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적 요인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며 구조조정 결과가 다른 부문의 체제적 효율성으로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밖에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북한문제 등 잠재적 불안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도 중요하다. 선거 철과 북한 핵문제에서 드러난 일련의 정치ㆍ외교적 불안요인은 우리 경제를 주시하고 있는 해외투자가들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불안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 집중과 활용면에서 정권교체기의 정책조율 과정이 다소 혼란스런 모습으로 비쳐진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감점요인이다. 한마디로 최근 국가등급 전망의 하향조정은 우리의 대내외 충격에 대 한 대응능력이 잠복된 체제상 문제로 인해 일순간에 약화될 수 있다 고 보는 냉엄한 외부 평가의 결과다. 대외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해 볼 때 등 급유지에 필수적인 정치ㆍ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구축면에서의 더딘 발전은 경제적 성과의 유지와 향상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 용하고 있다. 이 밖에 정책대응이 단기적인 현상완화 차원의 처방 위주로 이루어짐 에 따라 산업공동화와 양극화, 소득불균형 확대, 자금의 단기부동화 와 연관된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방치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경제적 취약성은 실상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방면의 인프라스트 럭처가 구비되고 적절히 운용되어야 대내외 충격에 견딜 수 있는 튼 튼한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앞두고 이루어진 최근 무디스의 평가는 앞 으로 우리의 개혁노력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번 평가가 악순환의 고리가 될지, 아니면 선순환의 계기가 될지는 전 적으로 우리의 대응 여하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더 이상의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등급으 로 복귀하려면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당장의 등급 하 락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충분한 대응력이 갖추어졌음을 다방면에서 일관되게 보여야 한다. 현재 우려되는 점은 우리의 당황하는 모습이지 결코 우리 자체의 기초체력이 아니다. 둘째, 우리 경제의 숙명적인 난제인 북한문제나 고령화 문제 등에 대 해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의 핵심인 거대 인접시장의 활용전략을 통해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자본시장의 미발달과 같은 역내 공통문제를 향후 발전계기로 활 용할 수 있는 역내 협력 차원의 진취적 전략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그 동안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개혁의지가 자칫 다른 성 향의 개혁주체로 바뀌는 듯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다수의 참여에 의해 시장 위주로 지속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넷째, 당장의 불안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해 거시정책수단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단기처방 위주의 정책대응은 경제체제상의 구조 적 문제를 완화해주는 듯하지만 오히려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는 요인(complacency)으로도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모습이 남아 있는 이유는 아직도 경제를 비롯한 다방면에서의 체제적 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체제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려면 열악한 기초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 안정기조 유지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해소 하기 위한 다방면의 보다 적극적 노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연관된 어떠한 불안요인도 철저히 파악되고 통제되고 있 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야말로 이번과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 는 유일한 길이다. 최공필 (금융硏 선임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2.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