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수사유보 철회를
	2003-02-05
'北송금' 수사유보 철회를 검찰은 지난 3일 현대상선의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수사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하고 우선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유보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지나친 정치적 고려로, 검찰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 할일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적 의혹이 들끓고 있는 사안에 대해 수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검찰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을 한 만큼 정치검찰이라는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독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의 결정에 대해 법조계에서조차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비교적 쉽게 밝혀질 수 있는 이번 사안을 대선과정에서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물론 감사원이 고소 고발을 하지 않은 것도 검찰의 수사 착수를 어렵게 만들었지만 범죄 단서가 있는 사안에 대해 수사유보 입장을 밝힌 것은 수사권을 포기한 것에 다름아니다. 그동안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검찰은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북 송금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이 자금이 경협자금인지 정상회담 대가인지, 또 누가 어떤 식으로 송금을 했는지를 철저히 수사해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과 국가의 장래이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단 수사에서 발을 뺐다. 이를 두고 여야간 공방도 심화돼 국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 비밀송금은 국정원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외환관리법, 금융실명제법, 보안법 등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검찰의 태도를 비난하면서 수사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검찰이 이에 불응할 경우 검찰총장의 탄핵소추,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제 도입 등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이미 "진상은 밝혀야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서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 등에 대해서는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사법적 단죄를 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된다. 지난 50여년 간의 분단이 가져 온 남북한간 갈등과 대립은 한국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왔으며,아직도 남북한 문제는 우리 정치에 있어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남북한 관계는 질-양적으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과정을 걷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햇볕정책의 결정체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상선이 북한에 비밀리에 지원한 2235억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를 시인하면서도 "사법심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를 '통치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를 '통치행위'로 덮어버리기에는 너무도 민감하고 큰 사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유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국회가 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규명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는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정조사권,특검제 등을 발동할 수 있다. 金成柱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국제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3. 2. 5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