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的자금수사 시한없어야
	2003-01-24
公的자금수사 시한없어야 우리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157조원의 공적자금을 부실금융기관에 지원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수행함으로써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국가신인도가 개선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공적자금 투입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공적자금의 조성규모, 투입과정의 공정성, 사후관리, 회수가 불가능한 공적자금의 규모와 그 대책 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의 긴급성과 당위성에 경도된 나머지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집행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에 대해 의혹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공적자금의 집행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정치권과 관련돼 있는 경우 일반적인 수사를 통해 비리를 밝혀내는 것이 사실상 어려우므로 특별검사나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 이를 명백히 검증해 줄 것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검찰은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1635명의 공적자금 관련 비리사범을 적발해 이중 798명을 구속했고,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9개 기관이 참여한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새한과 세풍, 대우자동차판매, 보성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41명을 구속하고 부당하게 투입된 공적자금 397억원을 환수했다. 공적자금에 대한 이같은 비리는 공적자금의 운용이 계속되는 한 계속 존재할 것이므로 검찰의 철저한 감시는 결코 중단돼서는 안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에 검찰이 발표한 공적자금 비리수사의 연장조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 시한을 1년으로 못박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적자금은 앞으로도 25년 동안 원금만 따져도 매년 2조70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재정에서 염출(出)해 부실을 메워야 하므로 국민부담이 그만큼 크다. 따라서 검찰은 공적자금의 운용이 계속되는 한 이에 대한 감시를 늦춰서는 안되고, 공적자금과 관련한 비리 수사는 사실관계가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해야 한다. 부실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 몇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 경우 이들의 처벌로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적자금의 지원을 유발한 부실기업의 대표자가 모든 책임을 자기 혼자 지기로 결정하고 관련자와 말을 맞춰 사실을 조작했다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밝히지 않는 이상 민사절차에서 이들이 빼돌린 재산을 규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검찰이 밝혀내진 못한 의혹을 특별검사가 밝혀낸 것은 검찰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권의 영향으로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예산이 국회의원의 떡값으로 둔갑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므로 157조원의 공적자금의 집행과정을 샅샅이 살피지 않으면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발생한 부정과 비리는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새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공적자금과 관련한 국민의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鄭美和 (변호사) 출처 - 세계일보 2003. 1.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