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경제비전 제시하라
	2003-01-24
인수위 경제비전 제시하라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와 재계간에 갈등이 깊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들의 입장은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 어떻게 보면 정권 교체기의 힘 겨루기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갈등의 지속은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만 증폭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뜩이나 북한 핵문제, 이라크 전쟁, 세계경제 침체 등 불확실한 외 부 요인이 너무나 많은 데다 내부적으로 불확실성을 더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이미 여러 외국 기업 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예측가능 한 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인수위와 재계는 대립을 자제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진실로 우리 경 제를 위하는 것인지를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수위 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인수위원들이 정책방향에 대해 의견개진을 하는 방식은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따름이다. 개혁정책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인수위는 정책별로 의견을 쏟아 놓기보다는 우리 경제 전반에 관한 청사진 제시에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비록 대선 기간 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관과 소신이 여러 각도로 피력되었지 만 당선 후 아직까지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었다. 이 러한 경제비전 제시 지연은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 얼마 전 전경련 상무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과 관련된 해프닝은 그 단적인 예다. 한시 바삐 인수위는 새 정권의 경제정책에 관한 비전 제시를 통해 향 후 실행될 경제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대다수 국민이 함께 공유하고 추구할 수 있는 경제비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비전만이 현재 많은 경 제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을 것이다. 공유되지 못하는 '인수위만의 비전'은 쉽게 성취될 수 없을 뿐만 아 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직후 첫 약속인,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 던 절반의 국민도 함께 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과 부합되는 경제 비전 정립에 인수위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경제 전반에 관한 청사진 제시 이후 과제인 개별정책 수립에서는 정 책의 예측가능성과 일관성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김대중 정권 초기에 정권과 재벌이 합의했던 재벌개혁에 관한 '5+3 원칙'은 그 내용상으로 볼 때 훌륭한 재벌정책이었다. 하 지만 이 원칙은 정권 중반기 이후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로 인해 그 원칙이 심각히 훼손되었고 그 결과 재벌정책에서 일관성과 예측가능 성이 사라졌던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는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재벌개혁과 관련된 문제점의 근본원인이 정책실행의 일관성 결여에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새로운 재벌정책을 쏟아내기보다는 '5+3 원칙'이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정책환경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공개적으로 또다 시 새로운 재벌개혁정책을 들고 나옴으로써 재벌과 갈등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고 막연한 불안감을 높일 필요도 없다. 일관되고 투명한 재벌정책 추진만이 인수위가 추구하는 진정한 재벌 개혁의 요체인 것이다. 재계도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배구조와 경영관행 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는데 또 무슨 개혁을 요구하느냐는 식의 태도 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환위기 후 시작된 재벌개혁을 통해 재벌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배구조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벌정책의 일관성 부재로 개혁이 흐지부지되었던 것과 맞물려 재벌들의 변칙적 상속과 소위 오 너의 황제식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다. 재계는 누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약속했던 '5+3 원칙 '을 스스로 준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재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자신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와 재계는 하루 빨리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인수위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그리고 재계는 스스로 개 혁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 경제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3. 1. 24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