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强軍을 원한다
	2003-01-14
우린 强軍을 원한다 우리의 안보환경이 위태롭다. 기존의 국방정책으론 국가안보를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보상황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엄청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제기 등 한미동맹관계의 근본이 흔들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총력안보’를 외치던 시절에 쌓아 놓은 강한 군대 이미지 덕분에 아직 우리 국군은 ‘막강’하다고들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방비 부담률이 총력안보를 강조하던 때(GDP 대비 6.0%)와는 달리 크게 감소(2.8%)하여, 미래 핵심전력 투자는 고사하고 현존 부대운영 및 전력유지조차 어려운 게 작금의 실정이다. 이러다가는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무려 열 배 가까운 격차가 벌어질 추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과연 전쟁 수행능력이 갖춰져 있는지 냉철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점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의 명예와 사기를 높여야 한다. 그동안 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햇볕정책’의 그늘에서 우리 군은 거의 방치돼 왔다. 그 결과 장병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대선 기간에 거론된 ‘군복무기간 단축’ 논의와 함께 군생활을 시간 낭비로 여기는 신병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간부들은 비좁고 낡은 관사를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전전하면서 박봉 속에 자녀교육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정치 판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연되면서 고위 지휘관들의 긍지와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둘째, 독자적 방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주국방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최근 주변국들은 철저한 자국이익 추구 정책 아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군사혁신과 전력의 첨단화를 가속화하는 추세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외면할 경우 조만간 군사적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비는 ‘안보 보험료’라는 시각에서 미래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존전력 개선과 함께 미래 첨단전력 확보를 위한 ‘전력증강사업’에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훈련장 확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이례적으로 군의 ‘훈련제일주의’를 들고 나왔다. 이에 비해 우리 군의 훈련 여건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군 훈련장 이전과 주둔지 감축을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요구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울 정도다. 현재 육군 훈련장 확보율은 60% 정도며, 그나마 민원 제기와 법률적 제약 때문에 사용 또한 자유롭지 않다. 또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세수 확보를 위해 토지 사용료를 군에 요구하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사용료조차 체불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은 국방부나 단위부대 차원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군이 군답게 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현재 군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국방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부대 운영과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국방 예산을 확보해줘야 한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방비 부담률을 세계 평균치인 3.8% 전후로 복구시켜줘야 한다. 또 병영 안팎의 삶의 질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군의 명예와 사기를 드높여줘야 한다. 로마 명언에 나라를 지키는 자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 바로 국가안보의 지름길이라 했다. 역사적으로 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고 정변도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는 군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들의 처지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이제라도 군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껏 밀어줘야 한다. 우리는 ‘강군(强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 1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