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문화발전은 그 사회가 얼마만큼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 그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화가 심화되는 오늘날 외국은 지역의 방언까지도 자국의 문화적 풍요를 위한 자산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정도로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규정하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성 사업으로 지역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주민들의 활발한 문화활동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역문화시설은 지역문화활동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시설은 1996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문화의 집', 그리고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일제히 확산되기 시작한 '주민자치센터', 문화원, 그리고 나아가 지역의 도서관, 박물관 등은 물론 각종 사설 문화센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시설 가운데서도 '문화의 집'과 '주민자치센터' 등은 지역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문화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실 우리의 지역문화는 그동안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적인 틀 속에서 얼마 전 까지도 지방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중앙 혹은 서울 종속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문화 활동보다는 유사한 축제, 유사한 문화 프로그램 등이 넘쳐남으로써, 지역의 독특성과 다양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역 문화시설의 경우 대부분 시설들이 유사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제공하고 있어 지역문화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배경에는 문화정책의 역사, 행정, 재정 등은 물론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시설조성 중심의 정책이 지적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문화정책은 1980년 중반이래 문화시설의 건립에 크게 치중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은 오늘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말부터 시작된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른 기존 공간의 주민자치센터화 정책은 각 지역에 생활권 문화시설을 급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이래 급증하는 문화시설확충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문제는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운영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진다는데 있다. 또한 충분한 준비 없는 문화시설의 급증에는 자치단체의 업적위주, 그리고 선심성 성격의 정책도 한몫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문화정책의 전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또 문화시설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다 할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지 않은 데도 문제가 있다. 특히 좋은 프로그램 편성을 고려하지 않는 예산편성 구조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다음과 같은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를 바라보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즉 노동사회 혹은 산업사회를 벗어나 문화사회,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화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국가적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도 돈이 된다는 단순한 차원의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미래는 문화의 세기'라는 주장은 문화가 경제적 부가가치 생산에 절대적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 하에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둘째, 중앙부처와 중앙부처간에, 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문화정책의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문화관광부에서 주도하는 '문화의 집'은 자치단체의 문화예술과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중앙정부 부서인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에서 담당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한 기관을 중심으로 물론 문화부와 행정자치부 사이의 정책조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문화전담요원이나 기능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문화시설 운영이 보다 전문화되어야 한다. 전문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단체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과감히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한 조례 등의 개정도 필요하다. 전문화를 위하여 추가로 필요한 조건은 전문인력에 의한 운영이다. 전문인력이 아닌 지방공무원들에 의한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은 결국 주민들에 외면당하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문화시설운영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나 기관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전문인력 양성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대학 등에서도 관심을 갖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넷째, 주민참여에 의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의 집,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이 철저히 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들은 그 운영에 참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 없는 지역문화활동은 기껏해야 주민들이 기관이나 시설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데 불과하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의 문화적 독특성을 꽃피우고 지역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풍토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지역문화시설의 조성 및 운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주민참여에 의한 운영은 근본적으로 주민들 스스로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명실공히 문화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들이나 지역문화단체의 지역문화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 자치단체 소유의 빈 공간들을 대여하여 주민들 각자의 문화이념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프로그램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지역의 문화시설 등에서는 서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몇 영역의 그렇고 그런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서로 다른 기관에서 제공되고 있어 재정, 인력, 공간 등의 낭비가 심한 편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의 문화시설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상호간 프로그램의 조정은 물론 시설, 기자재, 인력 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조정과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분야 공무원의 전문직제 도입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분야의 보직은 자칫 한직이나 지나가는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문화시설의 운영도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문화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과 재정적 지원 등의 많은 부분이 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영역의 영향 하에 있는 한, 문화분야 전문가에 의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직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지역문화시설 운영을 개선하여 지역문화를 꽃피우자
한 사회의 문화발전은 그 사회가 얼마만큼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 그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화가 심화되는 오늘날 외국은 지역의 방언까지도 자국의 문화적 풍요를 위한 자산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정도로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규정하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성 사업으로 지역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주민들의 활발한 문화활동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역문화시설은 지역문화활동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시설은 1996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문화의 집', 그리고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일제히 확산되기 시작한 '주민자치센터', 문화원, 그리고 나아가 지역의 도서관, 박물관 등은 물론 각종 사설 문화센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시설 가운데서도 '문화의 집'과 '주민자치센터' 등은 지역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문화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실 우리의 지역문화는 그동안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적인 틀 속에서 얼마 전 까지도 지방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중앙 혹은 서울 종속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문화 활동보다는 유사한 축제, 유사한 문화 프로그램 등이 넘쳐남으로써, 지역의 독특성과 다양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역 문화시설의 경우 대부분 시설들이 유사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제공하고 있어 지역문화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배경에는 문화정책의 역사, 행정, 재정 등은 물론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시설조성 중심의 정책이 지적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문화정책은 1980년 중반이래 문화시설의 건립에 크게 치중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은 오늘날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말부터 시작된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른 기존 공간의 주민자치센터화 정책은 각 지역에 생활권 문화시설을 급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이래 급증하는 문화시설확충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문제는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운영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진다는데 있다. 또한 충분한 준비 없는 문화시설의 급증에는 자치단체의 업적위주, 그리고 선심성 성격의 정책도 한몫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문화정책의 전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또 문화시설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다 할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지 않은 데도 문제가 있다. 특히 좋은 프로그램 편성을 고려하지 않는 예산편성 구조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다음과 같은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를 바라보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즉 노동사회 혹은 산업사회를 벗어나 문화사회,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화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국가적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도 돈이 된다는 단순한 차원의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미래는 문화의 세기'라는 주장은 문화가 경제적 부가가치 생산에 절대적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 하에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둘째, 중앙부처와 중앙부처간에, 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문화정책의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문화관광부에서 주도하는 '문화의 집'은 자치단체의 문화예술과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중앙정부 부서인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에서 담당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한 기관을 중심으로 물론 문화부와 행정자치부 사이의 정책조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문화전담요원이나 기능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문화시설 운영이 보다 전문화되어야 한다. 전문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단체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과감히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한 조례 등의 개정도 필요하다. 전문화를 위하여 추가로 필요한 조건은 전문인력에 의한 운영이다. 전문인력이 아닌 지방공무원들에 의한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은 결국 주민들에 외면당하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문화시설운영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나 기관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전문인력 양성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대학 등에서도 관심을 갖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넷째, 주민참여에 의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의 집,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문화시설의 운영이 철저히 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들은 그 운영에 참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 없는 지역문화활동은 기껏해야 주민들이 기관이나 시설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데 불과하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의 문화적 독특성을 꽃피우고 지역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풍토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지역문화시설의 조성 및 운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주민참여에 의한 운영은 근본적으로 주민들 스스로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명실공히 문화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들이나 지역문화단체의 지역문화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 자치단체 소유의 빈 공간들을 대여하여 주민들 각자의 문화이념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프로그램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지역의 문화시설 등에서는 서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몇 영역의 그렇고 그런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서로 다른 기관에서 제공되고 있어 재정, 인력, 공간 등의 낭비가 심한 편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의 문화시설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상호간 프로그램의 조정은 물론 시설, 기자재, 인력 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조정과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분야 공무원의 전문직제 도입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분야의 보직은 자칫 한직이나 지나가는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문화시설의 운영도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문화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과 재정적 지원 등의 많은 부분이 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영역의 영향 하에 있는 한, 문화분야 전문가에 의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직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대표집필: 정갑영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위원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정책대안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