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등 정부책임 크다
	2002-11-27
부동산 급등 정부책임 크다 지난 1~2년 간 우리나라 거시경제정책을 보며 아쉬움을 많이 갖는다. 무엇보다 재정, 금융정책의 정책조합(policy mix)이 잘못되었다. 재 정정책은 지나치게 긴축적이었고 반면 통화정책은 지나치게 팽창적이 었다. 지난해와 같이 경기가 위축되고 성장이 저조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 해 나섰을 때도 통합재정수지는 거의 연중 내내 큰 폭 흑자를 지속하 였고 올해 들어서도 9월 말 현재 누적흑자가 GDP의 거의 5%에 달해 크게 긴축적인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통화정책은 전례 없는 초저금리 지속으로 지극히 팽창적인 기조 가 유지되어 왔다.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첨병 역할은 고스란히 통화정책이 떠맡아 왔 고 재정정책은 뒷짐을 진 정도가 아니라 부양책의 뒷덜미를 쥐고 온 셈이다. 그러다 보니 통화정책은 경제상황이 요구하는 것보다 지나친 저금리, 팽창적 기조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의 결과는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나타났다. 가계 대출 급증은 금융부문의 장래 부실화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 급등이 초래된 것은 우리 경제로 보아 무엇보다 뼈아픈 실책이다. 외환위기 전 우리 경제의 고비용 구조의 핵심은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이었다. 이는 기업의 투자비용과 젊은 근로자 가구의 주거비용을 높이고 이에 따른 임금상승 압력을 높여 결국 기업ㆍ금융부실화의 주요인이 되었 다. 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은 가계소득 대비 바른 방향으로 조정을 받아오다 이것이 지난 한 해 동안 완전히 거꾸로 가버린 것이다. 거시경제정책은 재정, 통화, 환율정책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다. 그러나 우리는 재정 쪽에서 경기와 상관없이 계속 긴축적인 기조 로 나가고 환율은 거의 일본 엔화에 고정되어 있다시피 되어 거시경 제정책의 부담이 고스란히 통화정책으로 몰려있다. 통화정책 수단만 으로는 경제성장과 가격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다 달성하기 어렵 다. 통화가 팽창되다 보면 단기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격안정을 해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과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는 재정, 금융, 환율정책의 신중한 조합이 필요하다. 물론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지속되어온 공적자금과 국가부채에 대한 논쟁이 재정을 경기대응책으로 사용하는 데 많은 한계를 설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한두 해의 재정기조는 당초 정부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흑자와 긴축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 민영화 자금, 연금 수입, 예상보다 큰 세입 증가라는 요인 외에 이는 경직적인 우리나라 재정 운용 방식에도 기인하는 바 크다. 통화정책에도 문제점이 많았다. 지난해 중반 이후 한국은행은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여 특히 9ㆍ11 테러 직후에는 콜금리를 4%까지 내렸다 . 이는 대외환경이나 증시 동향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으나 당 시 국내 금융환경이나 실물경제 움직임으로 보아서는 결코 신중한 정 책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지난해에 사상 최고 이익을 내고 이제 금융구조조 정은 일단락되었다는 인식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되어 지난해 10월 께부터는 은행들의 예대비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으로 위축되어 있던 금융중개기능 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올해 1월 부터는 더욱 뚜렷해졌다. 예대비율은 2001년 9월 70.8%에서 2002년 1 월에는 73.1%로, 8월에는 78.6%로 증가하였다. 경기회복세와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 확연한 올해 초부터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결과 한 자리에 머물던 총통화증가율이 금년 들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통화정책은 국제경제환경 변화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동향과 실물 부문 움직임을 더 면밀히 분석하고 이와 연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외 추세와 증시동향에만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주춤하긴 하나 앞으로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재정 투융자 확대 등으로 재정의 긴축기조를 완화함과 동시에 지나치 게 낮은 금리수준을 조정해 시중 유동성을 낮추어 가야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한은과 재경부, 금감위, 기획예산처는 보다 긴밀한 정책협의 로 최적의 거시경제정책 조합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2. 11. 27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