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을 맞고 있는 김대중정부의 ‘작은 정부론’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정부실패의 책임을 물어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보다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여망에 따라 ‘고객중심’의 ‘서비스적’인 ‘작은 정부’를 국민에게 약속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듯했다. 그러나 총선 및 지방선거와 노조반발 등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작은 정부론은 바로 한계를 맞았다.
이웃 일본이 중앙부처의 거의 절반을 줄이는 거의 ‘혁명적인’ 정부개혁을 이루고 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이 국가생존 차원에서 평시에 이룬 공공부문개혁을 ‘건국 이후의 최대 위기’라는 외환위기 속에서 절대적인 국민지지 위에서도 김대중 정부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곧 그 한계를 맞게 되었다.
선거나 노조반대 외에도 여러가지 정권 내부의 요인이 그 장애가 돼왔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부패방지위원회 등과 같은 정치적 필요에 의한 국가기구의 신·증설, 정부 각 부처의 극심한 ‘밥그릇 싸움’ 및 ‘몸집불리기’ 경쟁, 차기정권 재창출 가능성의 약화에 따른 정권 실세간의 극심한 ‘내사람챙기기’와 ‘전리품나눠먹기’, 차기정권 재창출을 위한 ‘내사람심기’, 차기 정권에서 있을 조직 통·폐합에 대비한 ‘사전포석용’ 등이 대표적인 이유들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더욱 커지고, 정부의 질적인 변질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먼저 현 정부는 중앙행정기구, 장·차관 수, 공무원 수, 예산규모 등에서 출범시보다 실질적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첫째, 중앙행정기관의 수는 외환위기 이전인 김영삼정부 말기 38개(2원14부5처14청1외국, 2정무장관)에서 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36개(17부2처16청1외국)로 2개가 줄었다가 연이은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올해 1월 26일 현재 38개(18부4처16청)로 다시 늘어났다. 정책수립 기관인 원과 부만 보면 16개에서 18개로 도리어 2개가 늘었고, 대통령직속 정부위원회는 김영삼정권 말기보다 6개 늘어난 15개나 되었다.
둘째, 98년 84명으로 줄어들었던 중앙행정부처 장·차관 수가 작년 말까지 103명으로 증가하여,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더욱 많아졌다. 여기에다 올해 신설된 장관급의 대통령직속 부패방지위원장과 대통령 비서실의 정책특보 등을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셋째, 전체 공무원수는 6만9000명정도 줄었으나 5만7000여명이 지방공무원이고, 힘있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1만3000여명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는데다 하위직이나 여성 등이어서 ‘눈가리고 아옹식’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예산에서의 인건비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민간부문에서는 전경련 소속 회원사의 3분의 1이상이 부도로 사라진 점에 비교해서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질적인 면에서 첫째, 국가인권위, 부방위, 여성부 등이 신설·확대되고 인권·시민·여성단체 출신의 정부 진출확대는 질적으로 정부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 정부 부처간에도 갈등이 발생, 2중정부나 분할정부의 성격을 지님은 우려가 더 큰 부분이다.
둘째, 사적 정부의 문제다. 특정 세력에 대한 보상, 공직제공, 벤처비리, 새로운 정경유착 등은 권력의 사유화와 사적 정부로의 변질같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셋째, 국가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의 간부들의 일탈행위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기문란으로 비화되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실되고 특별검사의 상설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일 등은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다. 국가기관의 신뢰추락은 국가가 허물어지는 위험한 징후를 보이는 사례들이다.
그 대안은 많지 않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은 사적인 정부를 공적인 정부로, 분할정부를 단일정부로,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특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총재직 포기와 국정전념 약속을 철저히 지켜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고 표류하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과거가 아닌 현 정부출범 이후의 비리와 부패척결에 온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한다. 이는 공공부문의 거품을 제거하여 ‘고객중심’의 ‘서비스 정부’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각종 위원회를 통한 편법적인 대규모 공무원 증원이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부, 특히 권력기구를 악용한다면 그 결과는 퇴임이후까지 매우 우려된다. 차기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멍에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는 외환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국가위기를 유발할 것인 만큼,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 및 집권세력은 각별한 자기성찰만이 문제를 푸는 열쇠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허구 드러난 `작은 정부론`
임기말을 맞고 있는 김대중정부의 ‘작은 정부론’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정부실패의 책임을 물어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보다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여망에 따라 ‘고객중심’의 ‘서비스적’인 ‘작은 정부’를 국민에게 약속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듯했다. 그러나 총선 및 지방선거와 노조반발 등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작은 정부론은 바로 한계를 맞았다.
이웃 일본이 중앙부처의 거의 절반을 줄이는 거의 ‘혁명적인’ 정부개혁을 이루고 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이 국가생존 차원에서 평시에 이룬 공공부문개혁을 ‘건국 이후의 최대 위기’라는 외환위기 속에서 절대적인 국민지지 위에서도 김대중 정부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곧 그 한계를 맞게 되었다.
선거나 노조반대 외에도 여러가지 정권 내부의 요인이 그 장애가 돼왔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부패방지위원회 등과 같은 정치적 필요에 의한 국가기구의 신·증설, 정부 각 부처의 극심한 ‘밥그릇 싸움’ 및 ‘몸집불리기’ 경쟁, 차기정권 재창출 가능성의 약화에 따른 정권 실세간의 극심한 ‘내사람챙기기’와 ‘전리품나눠먹기’, 차기정권 재창출을 위한 ‘내사람심기’, 차기 정권에서 있을 조직 통·폐합에 대비한 ‘사전포석용’ 등이 대표적인 이유들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더욱 커지고, 정부의 질적인 변질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먼저 현 정부는 중앙행정기구, 장·차관 수, 공무원 수, 예산규모 등에서 출범시보다 실질적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첫째, 중앙행정기관의 수는 외환위기 이전인 김영삼정부 말기 38개(2원14부5처14청1외국, 2정무장관)에서 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36개(17부2처16청1외국)로 2개가 줄었다가 연이은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올해 1월 26일 현재 38개(18부4처16청)로 다시 늘어났다. 정책수립 기관인 원과 부만 보면 16개에서 18개로 도리어 2개가 늘었고, 대통령직속 정부위원회는 김영삼정권 말기보다 6개 늘어난 15개나 되었다.
둘째, 98년 84명으로 줄어들었던 중앙행정부처 장·차관 수가 작년 말까지 103명으로 증가하여,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더욱 많아졌다. 여기에다 올해 신설된 장관급의 대통령직속 부패방지위원장과 대통령 비서실의 정책특보 등을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셋째, 전체 공무원수는 6만9000명정도 줄었으나 5만7000여명이 지방공무원이고, 힘있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1만3000여명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는데다 하위직이나 여성 등이어서 ‘눈가리고 아옹식’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예산에서의 인건비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민간부문에서는 전경련 소속 회원사의 3분의 1이상이 부도로 사라진 점에 비교해서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질적인 면에서 첫째, 국가인권위, 부방위, 여성부 등이 신설·확대되고 인권·시민·여성단체 출신의 정부 진출확대는 질적으로 정부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 정부 부처간에도 갈등이 발생, 2중정부나 분할정부의 성격을 지님은 우려가 더 큰 부분이다.
둘째, 사적 정부의 문제다. 특정 세력에 대한 보상, 공직제공, 벤처비리, 새로운 정경유착 등은 권력의 사유화와 사적 정부로의 변질같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셋째, 국가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의 간부들의 일탈행위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기문란으로 비화되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실되고 특별검사의 상설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일 등은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다. 국가기관의 신뢰추락은 국가가 허물어지는 위험한 징후를 보이는 사례들이다.
그 대안은 많지 않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은 사적인 정부를 공적인 정부로, 분할정부를 단일정부로,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특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총재직 포기와 국정전념 약속을 철저히 지켜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고 표류하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과거가 아닌 현 정부출범 이후의 비리와 부패척결에 온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한다. 이는 공공부문의 거품을 제거하여 ‘고객중심’의 ‘서비스 정부’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각종 위원회를 통한 편법적인 대규모 공무원 증원이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부, 특히 권력기구를 악용한다면 그 결과는 퇴임이후까지 매우 우려된다. 차기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멍에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는 외환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국가위기를 유발할 것인 만큼,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 및 집권세력은 각별한 자기성찰만이 문제를 푸는 열쇠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석준 (이화여대교수·비전@한국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포럼' 2002. 2. 20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