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와 국가 경쟁력
	2002-11-16
경제자유와 국가 경쟁력 세계경제포럼과 헤리티지재단 및 월스트리트 저널은 각각 각국의 국가경쟁력과 경제자유도를 발표했다. 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0년 28위, 2001년 23위에서 올해에는 21위로 작년에 비해 두 단계가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자유도는 지난해 38위에서 52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상대적인 것이기는 하나, 국가경쟁력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에 분명히 청신호지만 경제자유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발표 결과를 평면적으로만 비교하면 경제자유도가 낮아질수록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 지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한다면 이는 잘못이다. 현재 경제자유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산업의 발달 수준이 미흡한 상태라면 국가경쟁력이 높을 수 없다. 또한 이 두 지표는 각국 간의 상대적 비교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생산성이 작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다른 나라들의 생산성이 이보다 더 낮아졌다면 경쟁력의 순위는 올라갈 수 있다. 각국 간의 경제자유도 순위도 마찬가지다. 예년보다 자유도가 더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의 자유도가 더 높아졌다면 순위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제자유도는 1위지만 경쟁력은 지난해 13위에서 올해는 17위로 떨어졌고, 미국의 경제자유도는 공동 6위지만 국가경쟁력은 핀란드를 제치고 1위를 되찾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서 이 두 지표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 두 지표가 아무런 관련이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제자유도가 높아져야 한다. 정부의 간섭 없이 개인의 창의성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자유시장 경제일수록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어 국가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과 경제자유도는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문민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매우 바람직한 슬로건을 내 걸고 출범했다. 민주주의는 분명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시장경제의 발전은 미흡했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이 1997년 외환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기업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되었으며, 당분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자국 기업의 손발은 묶어 놓고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서도 낮은 언론 자유 수준, 입법부의 낮은 효율성,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성 결여와 함께 열악한 기업환경 수준이 국가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기업이 이 땅을 떠나지 않도록 경제자유도를 높임으로써 기업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세계 어느 역사를 돌아보든 각 개인이 자유를 가장 많이 누렸을 때, 물질적으로 가장 부유했다. 그리고 부유한 물적 토대는 개인의 정신적 풍요를 약속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 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인간의 이성을 바탕으로 인간 세상을 설계함으로써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주의의 위대한 계획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서는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는 인류가 20세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과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인간의 역사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자유란 우리 모두가 무지하다는 사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들이 신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면 자유는 필요하지 않다. 명석한 두뇌와 천부적인 근면성을 타고난 우리 국민에게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 한국 경제를 더욱 부강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장경제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1. 1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