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기강이 말씀이 아니다. 검찰의 고위관료와 업자 그리고 폭력조직에 연루된 인물이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대통령의 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는 사건이 가지고 있는 함의 때문이다.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이 검찰간부는 정권이 바뀐 이래 승승장구했고,업자는 관과의 유착을 배경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한다.
*** 검찰간부가 연루된 사건
물론 서로들간에 원래 잘 아는 사이였다는 해명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특히 이러한 일의 실존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경찰의 정보보고서 작성과 유출을 두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같은 과잉반응을 보인 사실이 아무래도 무언가 범상치 않은 사태의 진전을 예고하는 것 같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권력의 주변은 항상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온갖 종류의 쟁점이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지 풀어야 하는지,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특혜금융을 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의 주변에는 이해관계의 관철을 위한 읍소와 로비, 그리고 이를 위한 뇌물이 횡행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권력은 그러한 의사결정에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도록 항상 각별한 조심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꼽는 까닭도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존재해 온 권력 가운데 최고의 민주정부라고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은 이런 기준에서 정말이지 실망스럽기만 하다. 다른 선진국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고사하고 우리의 과거에 비추어 수직적으로 비교해도 너무나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조선사회는 관료의 선출에 앞서 일종의 관료예비군 목록으로 '홍문록(弘文錄)'을 작성했다. 여기에 이름이 오르기 위해서는 성균관 유생 시절 동기들의 좋은 평가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한다. 능력과 함께 도덕성이 없이는 관료로 입신하기 어려웠던 것이 조선사회였다.
임금이 중요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삼공육경(三公六卿)을 위시한 상하 관료 및 유생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수의제(收議制)도 있었다. 물론 조선 임금의 의사결정에는 단순히 관료의 개인적 의견뿐 아니라 고제(古制)를 연구한 홍문관원의 진언이 필수적이었다.
임금과 고위관리의 독단을 견제하는 대간의 역할은 이미 잘 알려져 있거니와 '불문언근(不問言根)'이라 하여 대간의 취재원을 철저히 보호했던 것도 오늘날의 시각에서 매우 시사적인 일이다.
조정의 의사결정에 대한 성균관 유생들의 반대의사를 '권당(捲堂)'이라는 시위 형식으로 합법화했던 사실 또한 함의가 크다.
하물며 군자의 도리를 중히 여겨 예의와 염치를 높이고 스스로에게 한없이 엄했던 수많은 선비들의 삶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벼슬이 높은 삼공육경이라도 스스로의 과오 유무에 관계 없이 젊은 대간의 탄핵을 수치로 여겨 향리로 물러나온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 권력비판 못한 시민운동
공감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예의와 도덕을 지향하려 한 전통사회의 공직기강을 어찌 민주화의 주도세력이라고 스스로 자평하며 또한 이를 통해 노벨 평화상까지도 수상한 정권에서 털끝만큼도 찾을 수가 없는가. 왜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공직자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연일 머리기사를 차지하고, 왜 방송을 켜기만 하면 권력이 개입된 게이트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가.
그러나 기이하게도 무엇 하나 분명한 매듭이 없다. 그저 시간이 약이다. 더욱 이상한 일은 이러한 공직기강의 문제에 대해 시민운동집단이 문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실이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친정부적 모습을 보일 때부터 걱정되었던 일이다. 정녕 한국의 시민운동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말 것인가.
도덕성에 목말라하는 국민은 시민단체가 조선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공직기강의 확립에 보탬이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공직기강은 흔들리는데…
나라의 기강이 말씀이 아니다. 검찰의 고위관료와 업자 그리고 폭력조직에 연루된 인물이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대통령의 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는 사건이 가지고 있는 함의 때문이다.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이 검찰간부는 정권이 바뀐 이래 승승장구했고,업자는 관과의 유착을 배경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한다.
*** 검찰간부가 연루된 사건
물론 서로들간에 원래 잘 아는 사이였다는 해명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특히 이러한 일의 실존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경찰의 정보보고서 작성과 유출을 두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같은 과잉반응을 보인 사실이 아무래도 무언가 범상치 않은 사태의 진전을 예고하는 것 같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권력의 주변은 항상 북적거리게 마련이다. 온갖 종류의 쟁점이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지 풀어야 하는지,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특혜금융을 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의 주변에는 이해관계의 관철을 위한 읍소와 로비, 그리고 이를 위한 뇌물이 횡행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권력은 그러한 의사결정에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도록 항상 각별한 조심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꼽는 까닭도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존재해 온 권력 가운데 최고의 민주정부라고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은 이런 기준에서 정말이지 실망스럽기만 하다. 다른 선진국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고사하고 우리의 과거에 비추어 수직적으로 비교해도 너무나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조선사회는 관료의 선출에 앞서 일종의 관료예비군 목록으로 '홍문록(弘文錄)'을 작성했다. 여기에 이름이 오르기 위해서는 성균관 유생 시절 동기들의 좋은 평가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한다. 능력과 함께 도덕성이 없이는 관료로 입신하기 어려웠던 것이 조선사회였다.
임금이 중요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삼공육경(三公六卿)을 위시한 상하 관료 및 유생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수의제(收議制)도 있었다. 물론 조선 임금의 의사결정에는 단순히 관료의 개인적 의견뿐 아니라 고제(古制)를 연구한 홍문관원의 진언이 필수적이었다.
임금과 고위관리의 독단을 견제하는 대간의 역할은 이미 잘 알려져 있거니와 '불문언근(不問言根)'이라 하여 대간의 취재원을 철저히 보호했던 것도 오늘날의 시각에서 매우 시사적인 일이다.
조정의 의사결정에 대한 성균관 유생들의 반대의사를 '권당(捲堂)'이라는 시위 형식으로 합법화했던 사실 또한 함의가 크다.
하물며 군자의 도리를 중히 여겨 예의와 염치를 높이고 스스로에게 한없이 엄했던 수많은 선비들의 삶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벼슬이 높은 삼공육경이라도 스스로의 과오 유무에 관계 없이 젊은 대간의 탄핵을 수치로 여겨 향리로 물러나온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다.
*** 권력비판 못한 시민운동
공감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예의와 도덕을 지향하려 한 전통사회의 공직기강을 어찌 민주화의 주도세력이라고 스스로 자평하며 또한 이를 통해 노벨 평화상까지도 수상한 정권에서 털끝만큼도 찾을 수가 없는가. 왜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공직자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연일 머리기사를 차지하고, 왜 방송을 켜기만 하면 권력이 개입된 게이트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가.
그러나 기이하게도 무엇 하나 분명한 매듭이 없다. 그저 시간이 약이다. 더욱 이상한 일은 이러한 공직기강의 문제에 대해 시민운동집단이 문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실이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친정부적 모습을 보일 때부터 걱정되었던 일이다. 정녕 한국의 시민운동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말 것인가.
도덕성에 목말라하는 국민은 시민단체가 조선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공직기강의 확립에 보탬이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柳錫春(연세대 교수 ·사회학)
출처 - 중앙일보 중앙시평 2001. 10. 25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