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상품화' 이래서야
	2002-10-30
'性상품화' 이래서야 산업혁명 이후 남성은 임금노동을, 여성은 무보수 가사노동을 담당하게 되면서 가정과 직업세계가 분리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2001년도 통계에 의하면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1%로 남성 50.2%와 유사한 수준이며,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1.6%이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기혼 남성의 85.1%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나 전업주부의 역할 또한 가족 구성원의 경제활동 지지에 필수적인 경제적 역할 수행임을 감안하면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상당히 신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산업사회에서 새로이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의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되는 활동을 경제활동이라고 한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여성은 이러한 활동의 주체로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그러나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 자아실현욕구 증가 등은 사회활동으로서의 직업 역할 수행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를 증가시키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여성 취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자녀수의 감소로 인한 양육 역할의 감소, 가정기기의 과학화에 따른 가사노동의 간편화-사회화 등과 맞물려 여성 취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이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증가한다고 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평등화가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남녀간 보수관리상의 차별이 상존하고 있으며 직종 차별 역시 심각하다. 한 취업-채용정보업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기업 직원 중에서 여성은 10명 중 1명 수준이고, 간부 가운데 여성은 100명 중 4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재 7%인 국영기업체의 여성이사 비율을 1년 이내에 40%까지 끌어올리고, 2005년까지는 민간 상장기업에서도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방침을 정한 노르웨이 정부의 인식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국가간 여성 노동력에 대한 인식과 실태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여성지도자 양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여성 노동력의 상위직급 종사비율 증가라는 목표는 우리에게도 매우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위직급 종사비율이 증가되는 것만으로 여성의 전반적인 경제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어 남녀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고 남녀평등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 노동력의 성상품화 현상과 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쇄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성 인력의 상위직급 채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여성 노동력의 성상품화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외국의 정체되는 도로 상에서 간식이나 음료수를 파는 젊은 여성의 반라(半裸)의 모습을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TV 뉴스시간에 보도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매일매일 넘쳐나는 각종 매스컴의 광고 속에서, 다양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성상품화 현상은 여전히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사회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을 동료로 인식하지 않고 여성이라는 성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한 진정한 남녀평등의 사회적 구현은 요원하다. 玉先花 (서울대 생활과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2. 10. 25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