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2002-10-08
軍,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우리 군을 사랑하고 아끼는 국민들은 요즘 정보부대 현역장군의 폭로사건을 접하면서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 군이 이 지경까지 왔고 이 나라 안보는 정말로 든든한지 걱정이 태산이 아닐 수 없다. 현역은 물론이고 예비역 군장성의 한마디는 국민들로부터 천금(千金)보다 더 값진, 반석(磐石) 같은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서해도발 가능성을 경고한 일선 정보부대의 보고를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축소·묵살·무시했는지 여부를 놓고 서로가 엇갈린 증언을 국민 앞에서 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묵살했다면 이적행위가 분명하고 진실이 어떻더라도 상명하복의 군지휘체계상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군을 지탄하면서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군인이 갖춰야 할 근본적인 덕목은 ‘충직(忠直)’함이다. 군인은 국가에 충성한다는 대명제를 두고 절대로 ‘거짓말’이나 ‘사기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육·해·공군 사관학교들은 지덕용(智德勇) 혹은 지인용(智仁勇)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지난 6월 북한의 서해침범 사건과 관련, 북의 도발징후에 대한 정보보고를 군 최고 군정권자가 삭제를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충성에 위배되고 이적성으로 오해되는 행위 여부와 부하들은 계속 증거들을 들이대고 상관들은 거짓이라고 하고 누구인가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직성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 군이 양분돼 있고 누군가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현재 국민들로부터 충성심과 정직성 모두를 의심받고 있다. 군의 상관과 부하가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한다면서 크게 다투는 모습은 분명히 군 기강차원, 군 단합차원,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차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들은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의 신뢰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는 이번 사건을 합리적으로 매듭짓고 군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군은 다음 사항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군은 정치권과 철저히 차단을 하면서 이번 사건을 다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처리가 될 수 있다. 정치학에서 정치체제의 색깔은 모든 다른 체제의 색깔을 결정한다고 한다. 현재 정치권에 만연돼 있는 각종 ‘사술(詐術)’ ‘거짓말’ ‘위증(僞證)’ 등의 색깔이 군을 물들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분위기를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둘째, 폭로한 장군이든 전직 장관이든 거짓말 하는 군인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적어도 군에서 만은, 그리고 일국의 장군들 입에서만은 거짓말을 하는 못된 버릇을 반드시 고쳐놓아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하는 거짓말과 군 장성의 거짓말은 그 의미와 국가에 미치는 해독에 천양지차가 있다. 마지막으로 군은 역사와 일선장병들을 무서워하면서 이번 사건을 객관적으로 다뤄야 한다. 지금은 사술이나 강박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군에서 하나의 보고서를 생산할 경우 기초자료의 수집과정에서 기안·결재·문서생산 및 접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군인들이 관여하고 있다. 가장 무서운 힘은 오직 ‘진실된 것’ ‘정직한 것’에서 나온다. 사술과 강박보다는 부하와 상관, 역사의 진실을 무서워하는 가치관을 갖고 이번 사건을 명쾌하게 매듭지어야만 우리 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또 있을지도 모르는 북의 도발을 예방할 수 있다. 宋大晟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예비역 장군 / 국제정치학 박사) 출처 - 조선일보 2002. 10.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