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아닌 정책국감 돼야
	2002-10-07
정쟁 아닌 정책국감 돼야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일반 시민들은 무관심에 묻혔던 국정의 일면을 다시 보게 된다. 상세한 정보들이 신문에 실리면서 국정의 난맥상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국회의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 제도는 유신시절에는 없다가, 5공 때 조사권만 허용되었고, 6공 이후 감사와 조사권이 모두 부활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권능의 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국정감사는 3권분립 원칙과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본질적 의미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정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방향에서 운영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본래 국정감사는 주요 국정분야의 재원동원 및 사용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차기 연도 예산심의 과정에 투입하려는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또한 정책 집행과정의 세부적인 비리보다는 주요 정책의 방향과 성과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하여, 공론의 장에서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의 실제는 이러한 본래의 취지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지나친 중복감사로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여야간 정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의장이 국회의 정책기능을 보강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국정감사도 이러한 방향과 궤를 같이 하여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국정감사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사공화국이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의 공직사회는 ‘감사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것이 의욕적인 공무원의 주장이다. 사실 감사가 너무 많다. 특히 하부기관으로 내려가면 1년에 감사 때문에 한달 정도(일부에서는 150일) 일손을 빼앗긴다고 한다. 기관 자체감사, 정부합동감사, 감사원 정기 및 수시감사, 국정감사 등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국정조사까지 있다. 물론 미시적으로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래도 부정이 있고 정책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감사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정부에서 감사방식을 첨단화한다면 정부운영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생산적 차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정감사가 정치적 차원보다는 진정한 국리민복의 관점에서 정책감사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적 지적에 치중하는 감사에서 예방적 감사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첫째, 국회가 감사원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할 것이다. 주요 문제에 대해서 예비감사를 실시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감사원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점은 물론이고 중복적인 감사를 통한 행정에너지의 분산을 내실 있게 통제하는 방식이다. 영미식으로 감사원을 국회직속으로 옮기는 일은 헌법개정의 문제가 있으므로 현 상황에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의 관련조항을 확대해석하거나 개정하여 감사원을 보다 널리 활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둘째, 지난 업무에 대해 짧은 시일에 너무 많은 감사를 하므로 중복도 있고 자료 과다의 문제가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영미식으로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활용하고, 국정감사의 경우 한정된 기관에 대해서 전문성 높게 진행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상 기관은 무작위를 기본원칙으로 하되 행정부 감시과정에서 문제가 많은 기관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살포식 감사 에너지를 선택과 집중의 감사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예방적 기능을 유지하여야 한다. 자료는 종이자료에서 전자자료로 전환시켜야 하고, 또 각 당의 간사가 문건의 양과 중복 여부를 거르는 장치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감사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강화하고 감사결과에 대해서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일할 때 힘을 가진다. 감사과정에 중립적인 시민단체의 참여는 물론 보통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자감사(e-oversight) 체제를 도입하여 국민의 의견도 듣고 결과에 대한 보고도 상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달곤 (서울대 정책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0. 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