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침략에 저항해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 가운데 해방이 되고 나서 흡족해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국토가 두 동강이 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독립운동을 하지나 말 것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혹시 없었을까. 그렇다고 독립을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 정말이지 황당했을 게다. 좌파건 우파건간에 혹은 국내파건 해외파건간에 독립에 기여한 집단은 모두 새로 태어난 대한민국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며 심각한 배신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던 사람 가운데 지금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며 흡족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민주화를 하지나 말 것을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시 없을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민주화를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말이지 답답할 뿐이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 민주화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물론이고 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던진 보통 사람들까지 누가 지금의 정국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억누를 수 있겠는가.
개혁의 주체 그것도 핵심 주체들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초라할 수 있는가. 한 나라의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수석비서관 그리고 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특수한 기관의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 다니면서 보여 주는 모습은 결국 이번에도 ‘죽 쒀서 엉뚱한 사람줬구나’란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라도 자신의 행동이 소신에 의한 선택이었음을 떳떳이 밝히는 사람이 있었던가. 보도진의 취재공세를 피하는 초라한 모습에서 위풍 당당히 ‘개혁’을 외치던 서슬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저 시중의 잡범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비굴한 모습이다. 민족의 성지 마니산을 찾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을 추징한다는 발표를 하던 기개는 과연 어디로 갔는가. 그저 신병치료를 빌미로 해외를 전전하면 그만인가.
‘준비된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는 불행하게도 ‘준비 없이 국민을 괴롭히기만 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며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몇 개월씩 끌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는 개각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혹평을 들으며 민심을 돌리는 데 실패하고 있다. 왜 교육열을 걱정하는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가. 특검의 활약을 보면 인재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폭넓게 인재를 구하는 노력이 모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바로 리더십의 문제와 직결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통령임이 드러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한국의 정치에서 가동할 수 있는 인재 풀이 한겨울 얼어붙은 앞마당 우물만도 못하니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처조카의 나라’라는 최근의 세평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기조로 한 우리 사회의 지배윤리를 고스란히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 그 우물에서 길어 올린 인재가 어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양 김씨가 상징하는 두 번의 민주화된 정권이 결국은 모두 이렇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그렇다면 지난 50년 열심히 일해 온 우리 보통 사람들은 앞으로 누구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야 하는가. 오늘 우리는 마치 일제시대의 독립 투사가 해방 후 배신감에 시달리며 왜 독립운동을 했는가를 자성해야 했듯이 이제는 왜 민주화를 했는가를 자성해야 할 때이다. 또다시 죽 쒀서 남주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러려고 민주화했나.......
일제의 침략에 저항해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 가운데 해방이 되고 나서 흡족해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국토가 두 동강이 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독립운동을 하지나 말 것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혹시 없었을까. 그렇다고 독립을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 정말이지 황당했을 게다. 좌파건 우파건간에 혹은 국내파건 해외파건간에 독립에 기여한 집단은 모두 새로 태어난 대한민국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며 심각한 배신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던 사람 가운데 지금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며 흡족해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민주화를 하지나 말 것을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시 없을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민주화를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말이지 답답할 뿐이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 민주화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물론이고 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던진 보통 사람들까지 누가 지금의 정국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억누를 수 있겠는가.
개혁의 주체 그것도 핵심 주체들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초라할 수 있는가. 한 나라의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수석비서관 그리고 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특수한 기관의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 다니면서 보여 주는 모습은 결국 이번에도 ‘죽 쒀서 엉뚱한 사람줬구나’란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라도 자신의 행동이 소신에 의한 선택이었음을 떳떳이 밝히는 사람이 있었던가. 보도진의 취재공세를 피하는 초라한 모습에서 위풍 당당히 ‘개혁’을 외치던 서슬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그저 시중의 잡범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비굴한 모습이다. 민족의 성지 마니산을 찾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을 추징한다는 발표를 하던 기개는 과연 어디로 갔는가. 그저 신병치료를 빌미로 해외를 전전하면 그만인가.
‘준비된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는 불행하게도 ‘준비 없이 국민을 괴롭히기만 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며 임기 말을 맞이하고 있다. 몇 개월씩 끌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는 개각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혹평을 들으며 민심을 돌리는 데 실패하고 있다. 왜 교육열을 걱정하는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가. 특검의 활약을 보면 인재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폭넓게 인재를 구하는 노력이 모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바로 리더십의 문제와 직결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통령임이 드러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한국의 정치에서 가동할 수 있는 인재 풀이 한겨울 얼어붙은 앞마당 우물만도 못하니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처조카의 나라’라는 최근의 세평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기조로 한 우리 사회의 지배윤리를 고스란히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 그 우물에서 길어 올린 인재가 어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양 김씨가 상징하는 두 번의 민주화된 정권이 결국은 모두 이렇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그렇다면 지난 50년 열심히 일해 온 우리 보통 사람들은 앞으로 누구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야 하는가. 오늘 우리는 마치 일제시대의 독립 투사가 해방 후 배신감에 시달리며 왜 독립운동을 했는가를 자성해야 했듯이 이제는 왜 민주화를 했는가를 자성해야 할 때이다. 또다시 죽 쒀서 남주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
출처 - 조선일보 시론 2002.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