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경제교류 내실화를
	2002-08-26
韓-中 경제교류 내실화를 지난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양국간의 무역, 투자, 산업기술 협력은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중 경제관계와 대중 비즈니스의 지평이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다. 마늘분쟁, 반덤핑 제소 등이 잇따르고 있으며 기업들은 거대화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1조1000억달러의 GDP(국내총생산.구매력 평가 기준)로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대기업들은 중국내 제2의 창업과 제2 내수시장화의 기치 아래 가전-메모리 반도체 등의 생산설비와 영업 본사의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IT벤처와 중소기업들도 중국행 막바지 밴드왜건(부화뇌동)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중국 시장에 대해 공격적으로 리스크를 확장할 시기인가에 대해 필자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싶다. 1910년대 말 이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비국유 부문의 활성화, 케인지언(Keynesian)적 발상에 의한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 WTO 가입 확정 전후의 외자진입 증가 등에 의해 지지되어 왔다. 그러나 민간창업 부문을 제외하고 이들 호재의 대부분은 소진된 상태이며, 향후 2∼5년간은 WTO 체제로의 이행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행해야만 한다. 국제화의 과정에서 농업, 기계금속, 은행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경우 기업도산-폐업-실업이 속출할 것이며, 구조조정을 두려워해 민간 소비심리의 위축 상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확대일로에 있는 재정적자 때문에 중앙정부로서도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서부지역 개발 등 공공사업에 계속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의약-이동통신을 제외한 거의 전부문에 확산되고 있는 공급과잉 현상과 치열한 가격경쟁 또한 신규진출 기업엔 큰 부담이다. 구조적 수요부족의 상황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외 거대기업이나 틈새시장의 일부 민간기업들뿐이다. 자금력-기술력-정보력이 약한 한국 중소기업의 생존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으며, 실제로 '인적관계'와 정보가 취약한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IT 합작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벤처들이 늘어가고 있다. 더욱이 11월로 예정된 당 지도부의 개편, 벤처창업과 부동산 개발의 거품, 금융 시스템 불안 등은 WTO 체제로의 변환 리스크와 더불어 중국 경제의 7%대 성장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하에서 기업의 대응전략 방향은 명약관화하다. 과도한 투자열기를 식히고 대중 비즈니스의 중점을 수요가 많고 성장잠재력이 큰 디지털 이동통신, 금융, 관광, 법률-회계 등 전문서비스업으로 국한시킴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현지화 전략을 지속 추진하되 중국내 사업구조를 채산성 위주로 재편하고 자금관리, 기술과 상표권 보호, 유통망 정비 등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관세-비관세 장벽 인하를 감안, 단순가공생산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자제하고 수출이나 라이선스 등 리스크가 작은 진입방식의 사용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이 한중 경제교류의 선순환적 확대 기간이었다면 향후 5년은 양국간의 경제교류에 질적 구조변화가 일어나고 경쟁력 우위가 역전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진출 확대도 좋지만 당분간 경영 내실화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때이다. 김익수 (고려대교수.국제경영학) 출처 - 세계일보 2002. 8.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