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과 서민금융 활성화
	2002-08-16
이자제한과 서민금융 활성화 올 10월부터 대부업법이 시행될 예정이고 이 법이 시행되면 이자율은 연 70%안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자제한의 효과를 두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재경부는 그 역기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반면, 일부 시민단체나 법학자들은 수수료 등의 편법으로 실질 이자율을 높이는 행위까지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자는 하나의 가격 이러한 논의를 위해 먼저 확립해 두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이자율도 하나의 가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자율이란 미래의 잠재적 소득이나 소비를 현재로 옮겨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입니다. 모든 가격은 사람들의 선호를 반영합니다. 사람들은 상품에 대해서도 어떤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시간에 관해서도 일정한 선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 잘 부서지지 않고 이왕이면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재를 좋아하기도 하고 먼저를 나중보다 선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현재의 소득을 미래의 소득에 비해 더 선호한다는 사실로 인해 이자율이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컨대 매년 100만원의 소득을 영구히 가져오는 토지가 있다고 하면, 그리고 사람들이 내년에 얻을 100만원의 소득을 올해 당장 얻을 수 있는 100만원의 소득과 똑같이 여긴다면, 그 토지의 가격은 시간할인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 토지의 가격도 무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토지의 가격이 유한한 일정액인 것은 사람들이 미래의 소득에 대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할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금을 보유하게 되면, 원하는 상품을 사거나 좋은 기회라 여기면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을 얻는 대신, 이자소득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자율만큼의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자율 제한은 가격통제의 하나 이자율 제한은 가격통제의 하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자율을 제한해도 자금공급이 줄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도시에서의 전세금 통제가 가져올 결과나 이자율 통제가 가져올 결과나 서민을 돕겠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금 통제는 결국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할 유인을 없애고 신규 임대주택의 공급을 줄여 결과적으로 소득이 낮은 세입자들이 더 열악한 슬럼화된 환경에서 살게되었다는 것은 많은 대도시에서 겪은 역사적 현실입니다. 가격을 통제하면 결국 그 공급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신용불량자의 수는 바른 정책과 무관 이자제한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외환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신용카드회사나 은행들의 가계소비 부추기기 등을 통해 신용불량자가 되어 우리사회에 사채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의 숫자가 몇 백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자제한이 시급하다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자율 제한 정책이 가져올 결과나 전세금 통제가 가져올 이러한 엄연한 사실은 고율의 전세금으로 고통 받거나 혹은 고율의 이자로 고통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자율이라는 가격의 기능 사실 이자율이 하나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여타 가격과는 다르게 여기고 이를 통제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이를 제한하고자 하는 생각은 아주 뿌리가 깊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이자율도 하나의 가격이라는 사실과 따라서 일반적 가격이 수행하는 역할과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한 인식 부족 혹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는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이자율의 크기는 미래의 소비나 자원을 현재에 끌어다 쓰는 정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자율이 높을수록 미래의 투자에 쓰일 수 있는 자원에 비해 현재의 소비가 너무 많다는 시그널인 셈이며 이자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자원이 풍부하여 현재 끌어다 쓸 수 있는 여력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경기부양을 위한 인위적 이자율 인하가 몰고올 문제가 기업가들에게 실제로는 미래에 투자할 재원이 풍부하지 않은데에도 마치 그런 것처럼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개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 때 이자율 현상을 이윤율 현상과 혼동하기도 하였을 만큼 이자율의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이자율을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자율의 기능에 대한 몰이해는 과거 사회주의국가의 경제가 작동할 수 없었던 이유의 하나입니다. 이자율의 크기의 적정성 이자율을 제한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현재 은행에서 빌리는 이자율이 10%안쪽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사채시장에서의 30% 혹은 70%를 넘는 이자율은 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서 이러한 제한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형성되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는 시장에 이를 공급하거나 수요하는 데 특별한 제약이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빌려주는 측에서 돈을 떼이지 않을 수 있는 정도가 얼마인지, 또 갚도록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에 따라 이자율이라는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자율 제한은 결국 이자율을 낮추는 만큼 담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제일 먼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소액 무담보 대출은 신용카드회사에서 주로 담당해왔습니다. 신용카드를 통한 카드론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의존하는 곳이 소액 사채시장이라고 한다면 여기에서의 이자율은 어느 정도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담보를 가진 사람이 빌릴 수 있는 정도와 소액신용대출을 비교해서 이자율이 높거나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소액의 대출인 경우 이자율이 높다하더라도 그 이자액 자체는 별로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낮지만 담보 등의 번거로운 절차와 같은 고정비용을 생략할 수 있다면 담보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카드론이나 사채를 이용할 유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자율 자체만을 비교해서 이것이 높다거나 낮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자제한의 역기능 이자율 제한 등으로 대금업 자체가 위축되어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면 사채를 빌려 빌린 돈을 갚다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은 일찍 차단될 것이어서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채를 빌려 쓴 사람들 가운데 약 20%정도가 이를 갚지 못하고 80%의 사람들은 갚는다고 하고 그럴 경우 서민을 상대로 한 소액대금업도 수익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80%의 사람들이 급전을 높은 이자에라도 써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고 그러한 돈을 빌릴 수 없었더라면 있었을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80%의 사람들 중 일부 더 처지가 열악한 사람들은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 아예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에 춘궁기에 곡식을 꿔주고 다음해 추수기에 되돌려 받던 환곡에 대해 이것이 가혹하도록 이자율이 높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춘궁기가 되어 당장 먹을 식량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 자체가 미래의 식량에 대비한 현재의 식량이 지닌 가치가 높도록 하였으므로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이 사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부 지주들이 곡식을 풀어 칭송을 듣기도 하지만 이런 개인적 미덕을 사회의 작동 원리로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 곡식을 꿔주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유경쟁을 통한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급전이 필요하게된 딱한 처지 자체를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이자율제한법은 그러한 서민금융의 양성화와 성장에 부담이 될 뿐입니다. 단지 이미 돈을 빌렸던 사람들에게 일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당연히 불안해진 대금업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고 더 채근을 당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앞으로 급전을 빌리려는 사람은 빌리기가 어렵게 될 것입니다. 서민금융 활성화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친지의 보증을 섰다가 어려움을 당했던 터라 형제들로부터도 이러한 부탁을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서민금융이 보다 활성화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은 이러한 서민금융의 활성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타시장과 마찬가지로 대금업의 경우에도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못한 틈새시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사채 대금업을 하는 경우 이자 중 錢主에게 주는 부분이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 것을 보면, 이 몫이 은행으로부터 공급된다면 10% 안쪽으로도 가능할 것이고 그만큼 소액무담보 대출의 이자율이 내려갈 여지가 생길 것입니다. 이러한 틈새시장의 발전은 이자율이 제한되어 대금업이 위축될 때가 아니라 반대로 소위 제도권 금융이 마치 정크 본드들을 pooling해서 위험을 분산하면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담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대금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런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 때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런 사업은 특별히 선한 것도 특별히 악한 것도 아니어서 제도권 금융의 금역이 결코 아니지만 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그런 사회분위기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서민금융의 발전의 지연의 최대피해자는 바로 이를 이용할 서민들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입니다. 김이석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출처 - 자유기업원 2002.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