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과 새천년의 문
	2002-08-12
에펠탑과 새천년의 문 지난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미국.유럽 등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다름아닌 한국이 월드컵에서 4강신화로 얻은 국가명성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한국의 이미지를 한층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 중에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다. 월드컵 상징물 건립해야 물론 관광개발 전략으로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을 보다 세련되게 다시 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세침략으로 찬란한 문화유적이 수없이 파괴돼 세계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자원이 손을 꼽을 정도다. 국보 1호인 남대문만 해도 중국 천안문에 비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들이 많이 다녀 갔다. 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한국으로서 인상에 남을 만한 관광자원이 그다지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은 우리 스스로 잘 아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아쉬운 것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옆에 지으려던 대형 건조물 '새 천년의 문'이 무산된 일이다. 시민단체가 이 계획을 예산낭비로 보아 '밑빠진 독'상(賞)을 수여하는 등 비난의 화살을 맞고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이'새 천년의 문'은 세계로 도약하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상징하려던 웅장한 계획이었다. 지난 월드컵 개최에 맞춰 완성하고자 했던 이 문은 한국의 21세기 비전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관광명소의 하나로 많은 외국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사실 해외에 나가보면 나라마다 수도에 잘 꾸며진 관광명소에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20세기에 다 세워진 것으로 유구한 역사적 유적도 아니다. 에펠탑을 세울 당시 파리인들은 흉한 철구조물을 세운다고 반대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이 제일 먼저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우리나라는 그런 관광 조형물 하나 만드는 데 그렇게 인색한지 이해가 안간다. 이 때문에 월드컵 축구 4강신화를 이루고도 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세워 세계적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호주의 명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천문학적인 공사비용(1억2백만달러)과 여러 번의 설계변경으로 수차례 의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노력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건축물 건립에 따른 비용부담은 엄청났지만 진정 문화의 가치를 알고 있었던 그 나라는 이를 끝내 완성했다. 그리고 전세계인이 찾는 아름다운 관광 명소가 됐다. 서울시가 월드컵의 성공을 기념하고 그 자취를 오래 남기기 위해 기념관 건립을 곧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규모는 상암경기장 내에 불과 4백평 정도의 크기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념관 건립은 한국의 월드컵 성공을 기리는 동시에 세계축구 4강의 역사를 남기기 위한 민족적인 사업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에게 가슴 뿌듯할 만한, 그리고 후세에 길이 남길 웅장한 규모의 '새 천년의 문' 건립을 다시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 높이 솟아 오르는 천년의 열린 문, 이를 통해 지구 어느 곳과도 닿는 세계화의 의미가 새겨진 이 문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땅의 희망, 그리고 인류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평화의 상징물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400평 불과한 상암 기념관 많은 돈을 들여 문화관광으로 성공한 나라들이 최근 늘고 있다. 퇴락해가던 스페인 북부 탄광도시 빌바오가 미국으로부터 구겐하임 미술관을 1천1백억원(새 천년의 문 건립비용 2배)에 사들였다. 그리고 연 1백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3년간 4천5백억원의 수입을 얻었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이 정말 괜찮은 나라라는 인식을 세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아시아인에게는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제 월드컵의 성과를 바탕으로 필히 경제강국이 되도록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꼭 '새 천년의 문'이 아니더라도 세계 속의 한국을 상징하는 이름난 관광명소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우리의 뜻이 한데 모아지기를 다시한번 기대해본다. 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출처 - 중앙일보 2002. 8. 12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