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直選制 개선해야
	2002-07-30
대학총장 直選制 개선해야 얼마 전 서울대학교 정운찬 신임 총장이 취임 회견에서 총장선출제도의 개선안 마련을 언급하였다. 입시제도 개혁 등의 이슈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사실 총장직선제의 개선은 대학 개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번 해외 석학들로 구성된 최고자문위원단(블루리본 패널)도 서울대가 명실상부한 국제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투자 확대와 더불어 대학 지배제도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학의 지배제도라 하면 학과장·학장·총장의 선임제도로부터 교수회의의 권한까지 여러 의사결정 구조를 포함하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총장 선임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총장은 학교의 대표로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과 비전에 따라 학교의 발전과 진로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인사가 총장이 될 수 있도록 선임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공립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수들에 의한 총장직선제는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장직선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혼탁 선거’나 ‘교수 편가르기’가 아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들은 과장된 면이 있으며, 적어도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양식에 힘입어 우려할 만한 사태는 없었다. 하지만 직선제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첫째, 후보들이 모두 교내 인사로 제한되는 폐쇄성이다. 대학의 운영은 내부 사정을 아는 교수가 잘할 수도 있지만, 외부에서 다른 조직을 경영해본 인사들이 더 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정부나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사들이 총장이 되어 대학 발전을 리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도하에서는 외부 인사를 후보로 영입하기도 어렵거니와, 후보가 되더라도 선거에서 불리하게 마련이어서 대학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를 모셔오기 어렵다. 둘째로는 총장 후보들이 대학의 장래에 대하여 아무리 훌륭한 포부를 가졌더라도, 투표권자인 교수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 대학들은 아직 세계 일류가 되지 못하고 있고, 이 점에서는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다. 2등 기업이 앞서가는 1등 기업을 따라가려면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처럼 뒤처진 대학이 선진대학을 따라가고 앞서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노력하고, 필요하면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총장은 태생적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도 교수들의 복지를 위한 공약은 많이 나왔지만, 서울대가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특성화해야 하는지, 충실한 학생 교육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토의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가 앞으로 4년간 학교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모습인지 실망감을 금하기 어려웠다. 셋째로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는 후보자의 능력과 포부를 심도있게 평가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사실 직선제의 가장 큰 우려는 학원이 정치판화하는 것이어서, 선거운동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일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학연이나 지연 혹은 피상적인 이미지로 투표하기 때문에 학교 내의 심각한 이슈에 대하여 깊이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물론 총장직선제는 대학에 대한 재단이나 정부의 부당한 입김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꼭 직선제가 아니라도 교수들이 중심이 된 총장선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신임투표를 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많이 있다. 서울대의 새 총장이 후보로서도 약속했고 총장으로서 언급한 사항을 실행하여,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대학의 모습으로 바꾸어주기 바란다. 吳世正 (서울대 교수·물리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7.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