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營利법인 허용해야
	2002-07-24
병원 營利법인 허용해야 의료시장 개방이 눈앞에 왔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지난달 말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 일정에 따라 의료시장 개방 요구안을 주고 받았고, 내년 초에는 자국의 개방 범위를 밝혀야 한다. 이후 3년 후면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국내 의료시장은 개방돼야 한다. 앞으로 협상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까지 의료시장이 개방될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외국의 거대 의료자본과 인력의 유입, 영리병원의 등장,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의료광고의 대폭 확대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의료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선진국들이 이미 이러한 것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시장 개방은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바가 각각 다르다. 의료 소비자인 환자에게는 공급자들간의 경쟁으로 가격 거품이 빠지고, 서비스 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회라 볼 수 있다. 또 의료시장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 위주로 전환된다는 의미도 갖는다. 반면 공급자인 의사와 병원들에게는 외국의 거대한 자본 및 우수한 병원과 치열한 시장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병원산업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가장 좋은 대책은 개방형 시스템을 앞당겨 시행해 국제경쟁력을 미리 갖추는 것이다. 그런 개방형 시스템을 위해서는 영리병원의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는 지금껏 ‘의료=비영리’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수정해야만 한다. 의료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의원을 개설하거나 의료기관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국내 의료시장은 오랫동안 의료인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업종과는 달리 병원산업은 기업의 3대 요소인 경영·자본·기술을 의사 1인이 모두 맡아야 하는 원시적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병원산업은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은 의료시장 내에서 자유로운 자본의 흐름을 가능케 해 의사의 독점적 지위가 와해되는 한편 기술·경영·자본이 분리되면서 병원이 소비자 위주의 산업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은 이미 영리병원들이 시장경제 원칙 하에서 경쟁을 통한 발전을 거듭, 나스닥에까지 상장할 정도가 됐다. 일본 정부도 최근 올해 안에 영리병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시장경쟁 체제로 의료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있다. 이들 모두 앞으로 다가올 개방시대에 자국의 의료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이다. 일부에서는 영리병원의 도입이 의료의 상업주의화를 가져와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를 한다. 그러나 과거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이 병원을 세울 때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병원들이 시설투자를 과감하게 하고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면서 오히려 불친절과 권위주의 상징이었던 기존의 대학병원들까지 새로운 변화에 동참하지 않았던가. 의약분업보다 더 거센 파고가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의료시장의 조속한 체질 개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安建榮/ (주)메디링크 대표이사·피부과 전문의) 출처 - 조선일보 2002. 7. 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