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문제, 法·절차 따르면 된다
	2002-07-19
마늘문제, 法·절차 따르면 된다 마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문제가 시끄럽다. 이 문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 시급히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점은 이 세이프가드 연장 문제가 적어도 11월 말까지는 사법적 절차라는 점이다. 행정부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행정적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준사법적 기능이다. 행정적 기능은 공무원이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는 재량을 가지는 기능인 데 비해 준사법적 기능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세이프가드 신청은 마치 국세심판소에 부과된 세금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는 것과 같다. 국세심판소가 법을 엄격히 적용해 그 이의 신청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것과 같이 무역위원회도 세이프가드 연장 신청이 들어오면 그것이 법의 요건에 맞는지를 심사할 수밖에 없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고려할 수 없다. 법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관계 장관에게 조치를 건의하게 되고 그러면 그때부터 행정적 절차가 시작된다. 즉 재경부 장관은 무역위의 건의를 실행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재량이 있는 것이다. 세이프가드의 발동과 연장에 관한 요건은 법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 신청의 경우, 우선 조사 개시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법령에는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딱 나와 있다. 그 기준에 맞으면 개시하는 것이고 안 맞으면 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별 재량이 없는 것이다. 특단의 상황이 없는 한 이 결정은 7월 29일까지 내려야 한다.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우리 법에는 무엇을 고려해 피해 여부를 판정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우리 마늘 산업의 현황은 물론, 몇 가지 다른 사항들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 법에 통상관계까지 고려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이프가드 연장을 하는 것이 중국과의 통상 관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고려하게 돼 있다. 기타 소비자의 이익도 고려하게 돼 있다. 무역위는 이런 법에 정한 사항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11월 말 이전에 연장 신청을 기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 특정한 구제 조치를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관계 장관에게 그를 건의하게 된다. 그 조치는 다음 세 가지 중에서 고르게 돼 있다. 첫째, 현재와 같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 부과. 둘째, 수입 물량 제한. 마지막으로는 구조조정을 위한 세제 등 각종 지원이다. 이 중 이 세 번째 조치는 세상에 덜 알려져 있다. 이 조치는 사실상 마늘 문제를 대외 문제로부터 순전히 국내 문제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무역위가 이런 대책 중의 어떤 것을 건의했을 때 관계 장관은 재량으로 한 달 내에 그것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 문제는 앞으로 많은 고비가 있고 또 많은 선택이 남아 있다. 세이프가드가 가지는 여러 가지 국제적·경제적 파장 때문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법도 의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이 준사법적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8명의 위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을 내리려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어느 부분에서건 그곳에서 준사법적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일단 그 결과를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결국 선진국·후진국이란 사법적 절차의 존엄성이 존중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갈려지는 것 아닐까?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약속을 2년간 숨겨왔다는 데 대한 농민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한다. 또 현재 정부의 면구스런 입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법과 절차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 절차를 충실히 밟아 가는 모습이 결국 국제 사회에 신뢰를 주고 그런 절차 끝에 나오는 결정에 대해 궁극적으로 국민도 국제 사회도 납득하기가 쉬울 것이다. 전성철 (무역위원회 위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2. 7. 19 시론